한판의 바둑에서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바둑을 지배하기는 어렵다. 형세는 묘수보다는 실착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박정환 9단(22)과 김지석 9단(26)이 둔 바둑에서도 후회의 수들이 나온다.
특히 이 바둑에서 그랬다. 먼저 김지석은 초반 수순을 비튼 게 실수였다. 21이 그것. 이 수는 참고 1도처럼 흑 1로 지키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랬다면 흑 3, 5로 좌변에 안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21로 먼저 걸쳐가는 바람에 백은 단단해지고 좌변의 흑이 허술해져 고전을 자초했다.
이어 백의 실수가 나온다. 좌변의 흑 대마를 모는 과정에서 38로 단수한 게 그것. 단수를 아끼고 그냥 44로 뻗었어야 했다. 형세는 다시 팽팽해졌다.
중반 중앙의 흑 세력에 백이 침입했다. 백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나온 71이 완착. 하변을 지키는 급소였지만 그냥 74자리에 잇고 전체 백 대마를 공격했어야 했다. 이 완착으로 형세는 백의 우세로 바뀌었다.
최후의 패착은 백에서 나왔다. 흑이 123으로 들여다보자 124로 발끈한 게 화근이었다. 참고 2도처럼 그냥 백 1로 이었으면 미세하나마 백이 우세했다. 백의 실수를 틈타 흑은 죽었던 돌 4점을 살려내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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