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아이슬란드… 이 겨울에 꿈꾸는 얼음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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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8일 일요일 눈. 아이슬란드로.
#141 Asgeir ‘Going Home’(2014년)

17일 밤 서울 잠실에서 서리 내린 황무지 같은 목소리를 들려준 아이슬란드의 싱어송라이터 아우스게일(아스게이르). 현대카드 제공
17일 밤 서울 잠실에서 서리 내린 황무지 같은 목소리를 들려준 아이슬란드의 싱어송라이터 아우스게일(아스게이르). 현대카드 제공
Q. 신비로운 기후와 풍광을 지닌 아이슬란드에는 아직도 요정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당신들도 믿는가? 요정에게서 영향을 받은 곡이 있나?

A. …우리가 사실은 요정이다.

재작년, 첫 내한공연을 앞둔 아이슬란드 록 밴드 시귀르로스(Sigur R´os)와 나눈 e메일 인터뷰 중 신문에 소개되지 않은 부분이다. 아이슬란드는 정말이지 신비의 나라다. 나라 이름부터 얼음땅(Iceland)…. 외딴 섬, 특이한 화산지형…. J.R.R. 톨킨이 ‘반지의 제왕’ 집필에 영감을 얻었고 영화 ‘인터스텔라’의 일부가 촬영된 곳.

그곳 출신 음악인들도 그렇다. 한껏 증폭된 채 혼돈의 맥놀이를 추상화처럼 공기 중에 뿌리는 전기기타 음향과 천사의 목소리 같은 팔세토 가성으로 초현실적 소리 풍경을 선사하는 건 시귀르로스만이 아니다. 불가사의한 싱어송라이터 비외르크(Bj¨ork)와 전자음악 그룹 뭄(M´um), 시귀르로스의 헤비메탈 버전쯤 되는 솔스타피르(S´olstafir),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주제곡 ‘골룸의 노래’를 부른 가수 에밀리아나 토리니(Emil´iana Torrini), 올라퓌르 아르날즈(´Olafur Arnalds)…. 호주 출신인데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로 이주해 활동하는 실험음악가 벤 프로스트까지…. 공기에 요정의 기운이 서려 있는지 그곳 가수들 중엔 서릿발처럼 독특한 가성을 구사하는 이들도 많다.

재작년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된 ‘천 개의 레이블: 아이슬란드 팝 기행(원제 Polarkreisrock)’은 그곳 음악 시장을 흥미롭게 엿볼 수 있는 52분짜리 다큐멘터리다. 국민 31만 명 중 절반이 음악 활동을 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후배 J는 그곳의 매력에 빠져 한 번 가기도 힘든 아이슬란드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혼자 렌터카를 몰다 황무지에서 돌풍을 맞고 차가 뒤집혀 죽을 뻔한 그의 얘기마저 자랑처럼 느껴졌다. 이열치열이란 말은 있어도 ‘이랭치랭(以冷治冷)’이란 말은 없는 것만 봐도 지나친 추위란 무시무시한 재앙임에 틀림없지만, 이 겨울에 얼음의 땅을 꿈꾼다. 추워서 나오는 헛소리라도 좋다.

근데 ‘천 개의 레이블…’의 도입부, 올라퓌르 아르날즈는 아이슬란드 음악을 유달리 신비롭게 보는 타국의 선입견을 불쾌해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음악장르가 다 고루고루 발전하고 있다고. ‘화산, 온천, 오로라에서 주로 영감을 받으시죠?’ 이런, 헛소리(bullshit)!”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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