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시아 초연 기대 컸는데…

김정은기자 입력 2015-01-11 17:11수정 2015-01-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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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막을 올린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올 초 화제작 중 하나였다. 제작비가 50억 원에 가까운 대형 뮤지컬인데다 아시아 초연 작이란 점에서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다. 워낙 유명한 원작 소설과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동명 영화는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막상 무대에 오른 뮤지컬 ‘바람과…’는 공연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했다. 원작의 매력을 살리기는커녕, 뮤지컬만의 장점도 보여주지 못했다.

우선 드라마의 구성이 약했다. 방대한 원작 소설과 4시간 분량의 영화의 주요 장면을 욕심내 압축하려다 보니 짜깁기가 돼버렸다. 특히 앞뒤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장면이 많아 극의 흐름이 툭툭 끊겼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테마인 ‘남북전쟁’ ‘평등을 부르짖는 노예’ ‘주요 인물들의 사랑과 시련’ 등이 제각기 따로 놀았다. 소설과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관객이라면 ‘대체 전체 줄거리는 뭐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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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의 성장기가 뮤지컬에서 보이지 않은 점도 다소 아쉬웠다. 갖고 싶은 건 다 가져야 하는 철부지 소녀가 남북전쟁을 겪으며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진취적인 여성으로 거듭난다는 원작의 스칼렛은 뮤지컬에선 조울증 환자 같았다.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다가 좌절하고, 뜬금없이 본래의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이 반복됐다. 배우의 연기력이 문제라기보다 스칼렛이 왜 감정의 변화를 겪는지를 충분히 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2막 마지막에 나오는 스칼렛의 명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마저도 밋밋하게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나는 데에는 ‘과유불급’의 안무도 영향을 미쳤다. ‘바람과…’에선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상 등장인물을 대신해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는 무용수들이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한 동작과 현대무용, 비보잉, 아크로바틱, 발레 등 춤을 남발해 ‘감정’ 대신 ‘몸짓’만 눈에 들어왔다. 원작 뮤지컬엔 없는 안무를 새로 넣기도 했는데 극의 흐름과 맥락이 닿지 않아 외려 역효과를 냈다.

음향도 아쉬웠다.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 대신 반주음악(MR)을 사용했는데 음향 조절에 실패해 배우의 목소리가 반주에 자주 묻혔다. 특히 가창력이 다소 약한 배우들의 노래가 이어질 때 정도가 더 심했다. 음향이 거슬려서인지 총 27개의 넘버가 등장하지만, 귀에 꽂힐 만큼 인상적인 노래는 없었다.

그나마 스칼렛 역의 바다와 노예 우두머리 역의 박송권, 마마 역의 정영주의 연기와 노래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만~14만 원, 070-4489-955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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