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물속에 던졌더니 둥둥떠? 그럼 마녀네” 수만명 목숨 앗아간 시대의 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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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양태자 지음/272쪽·1만5000원·이랑

중세 시대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당신이 ‘마녀’라는 의심을 받을 때 마녀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손과 발이 묶인 채 물속에 던져진 뒤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니오, 물 위로 조금이라도 몸이 뜬다면 마녀다. 당시 유럽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마귀가 도와줘야만 사람이 물에 뜰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싫다면 팔팔 끓는 물에 들어있는 작대기나 돌을 맨손으로 꺼내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며칠 뒤 덴 손을 감싼 붕대를 풀었을 때 손에 곪은 상처가 없다면 당신은 마녀가 아니다. 신의 도움으로 상처가 곪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처가 곪아 터졌다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마녀다. 아, 당신이 여자라면 이 방법도 있다. 결혼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의 머리 크기가 또래에 비해 유난히 크다면 당신은 마녀다.

황당하지만 마녀사냥의 열풍이 불었던 중세 유럽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마녀로 몰려 죽었다. 독일어권에서만 약 6만 명이 마녀사냥으로 죽었다는 추산도 있다.

비교종교학 박사인 저자는 중세시대 마녀사냥이 자행된 도시와 수도원, 성 등을 직접 방문해 발품을 팔며 조사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저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마녀사냥이 일어난 시대적 상황을 살피고, 마녀를 구분 짓는 방법에 대한 허무맹랑한 지식인(신학자, 의사, 변호사 등)들의 주장, 기록에 남아있는 마녀재판과 고문 방법, 마녀사냥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중세 시대#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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