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한국의 보수, 無知에서 벗어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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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보수/이상돈 지음/704쪽·2만8000원·책세상

한국의 보수 진보는 누구랄 것 없이 위기다. 특히 “보수 운동은 지적 운동에서 시작됐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의 말과는 달리 국내에서 ‘보수’란 단어는 긍정적 가치를 상실한 채 쓰이는 경우가 많다. 기득권에 얽매이고 부패하고 툭하면 색깔론이나 들고 나오고…. 보수 집단은 진보의 실패에 힘입어 2007년과 2012년 잇따라 정권을 잡았지만 집권 후 성적은 낙제점이다.

저자는 이런 평가 아래서 한국의 보수는 무지하고 한국의 진보는 편향됐다고 진단한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우선 보수에 처방전을 내린다.

‘무지에서 벗어나라.’ 도대체 보수의 철학은 어디에 기반하며 보수의 정책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9·11 테러 이후 지난해까지 주로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펴낸 100권의 책을 골라 소개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보수의 책뿐 아니라 진보의 생각을 알 수 있도록 미 진보 논객 토머스 프랭크의 저작 등도 분석한다.

진보가 주도권을 잡았던 미국도 이젠 보수의 흐름이 만만치 않다. 보수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한 남자의 미국: 특별한 우리나라의 즐거움과 도전’이란 책에서 “미국의 보수는 이제 비로소 진보에 대적할 만한 지적 화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이렇게 묻는 듯하다. 한국 보수의 지적 화력이 진보에 맞설 수 있을 정도인가.

여기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았다. 입장 차이야 어떻든 미국 지성들이 쓴 100권의 책을 일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것 같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공부하는 보수#보수#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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