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실크로드 부활’ 내세우는 중국, 힘의 공백 中央亞 주도권 노림수?

  • 동아일보

中 시베이大 총장 심포지엄서 강조… 美 영향력 확대에 경계심 드러내
세계문화유산 등재때도 韓日 배제

“한국은 ‘넓은 의미’에서 실크로드의 동쪽 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실크로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더군요.”

17일 고려대 한국사연구소가 주최한 ‘실크로드 전문가 초청 국제 심포지엄’에서 팡광화(方光華) 시베이(西北)대 총장은 실크로드에서 한국의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넓은 의미’라는 단서를 달았다. 보기에 따라 신라 수도 경주는 실크로드의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는 듯했다. 이번 세미나가 열리기 직전인 올 6월 중국은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함께 실크로드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엄연히 실크로드의 종착역이었던 한국과 유럽, 일본이 모두 배제된 채였다.

중앙아시아는 이 지역 종주국 역할을 하던 옛 소련이 해체되면서 ‘힘의 진공상태’가 됐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공통 문화자산인 실크로드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팡 총장은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 실크로드’의 부활을 강조했다. 그는 “실크로드 주변국의 정치적 안정과 더불어 중국 등 핵심국과의 우호 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냉전과 중-소 분쟁 등 강대국 간 균열로 실크로드가 완전히 닫혔던 과거 사례를 감안한 발언이다. 이와 관련해 팡 총장은 “미국은 자국 중심의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에 이미 대규모 경제·군사 원조를 실시해 이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국내 학자들은 통일 이후 실크로드의 의미를 강조했다. 분단으로 사실상 끊겼던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이 통일을 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대재 고려대 교수는 “한반도에서 냉전이 종식되면 중국 시안에서 끝나는 실크로드에 대한 인식이 경주 혹은 일본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일이 되면 실크로드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세계문화유산#중국#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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