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명소 경북 청도 ‘혼신지주택’
“공간이 만든 깊이감 인상적” 세계적 사진가 헬렌 비네도 작품화
혼신지주택은 집 앞에 펼쳐진 혼신지를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 가로로 길게 지어졌다. 마천석 화이트오크 시멘트보드 유리 등 자연 재료만을 썼고, 근처의 석산에서 가져온 청석으로 돌담을 쌓았다. 사진 왼쪽 중정의 화이트오크 벽을 안에서 밀치면 놀랍게도 벽이 열리면서 외부 정경을 감상할 수 있다. 헬렌 비네 제공
혼신지(魂神池).
경북 청도군 화양읍 고평리에 있는 이 저수지는 물 위 가득 연꽃이 자라는 연지(蓮池)다. 해질녘 어스름이면 연줄기들이 그려내는 그림이 장관을 이뤄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김현진 건축사사무소 SPLK 소장이 설계한 ‘혼신지주택’은 혼신지와 이를 둘러싼 평화로운 산세를 감상하려고 지은 집이다. 세계적인 건축 사진작가 헬렌 비네가 찍은 최초의 한국 건축가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와 페터 춤토르의 단골 작가인 비네는 혼신지주택 촬영을 위해 5월 방한했을 때 이 집에 대해 “퀄리티에 정직하게 집중한 작품”이라며 “공간이 만들어내는 깊이감,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혼신지주택의 거실 안에 있으면 투명도가 높은 저철분 통유리를 통해 혼신지와 주변의 완만한 산세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헬렌 비네 제공혼신지주택은 이름 그대로 혼신지를 보기 위한 집이다. 김 소장은 “주변의 자연이 아름다워 집이 튀지 않으면서도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총면적이 200m²(약 60평)인 건물은 위압적인 덩치로 조용한 경관을 깨지 않도록 두 동으로 작게 나눈 뒤, 혼신지의 수평선을 자르지 않고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가로로 길게 엇갈려 배치했다. 혼신지 쪽을 향하는 창엔 투명도가 높은 저철분 통유리를 썼다. 거실과 주방 같은 공적인 공간으로 구성된 앞동보다 서재와 침실 등 사적인 공간이 모여 있는 뒷동이 높다. 덕분에 집안에서는 다양한 눈높이와 위치에서 혼신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혼신지주택엔 ‘깜짝 선물’과 같은 장치가 두 개 있다. 앞동 중정에서 혼신지 쪽으로 세워진 벽면을 밀면 뜻밖에 견고해보이던 커다란 벽이 밀쳐지면서 자연 경관이 펼쳐진다. 2층 높이인 뒷동의 욕조에 들어앉아 커다란 창으로 한가득 들어오는 경치를 감상하며 목욕을 하는 것도, 욕실 벽면의 거울에 문득 비친 혼신지를 발견하는 놀라움도 호사스럽다.
청도엔 혼신지주택처럼 대구에 살면서 주말 별장처럼 쓰려고 지은 세컨드 하우스가 많다. 김 소장은 “온갖 살림살이를 위한 수납공간이 필요한 일반 집과 달리 세컨드하우스는 건축의 중요한 가치인 공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비네가 얘기한 ‘공간의 깊이감’도 온갖 세간에서 해방된 덕에 얻어낸 것이다. 주방과 중정을 가르는 곳은 유리로 돼 있고 실내와 중정의 벽면 모두 화이트오크로 처리해 통일감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뒷동의 침실과 욕실 사이도 유리로 처리해 공간의 깊이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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