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일본 사법부의 드러난 민낯… 어쩜, 한국과 똑같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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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재판소/세기 히로시 지음/박현석 옮김/254쪽·1만5000원·사과나무

판사들의 막말 파동에 정치적 편향성, 전관예우, 향판 논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사법부는 최근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 우리나라 초기 법체계의 모델인 일본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게 이 책을 쓴 저자의 견해다.

30여 년간 판사로 일하다 메이지대 법학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긴 지은이의 사법부 비판은 리얼하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그만큼 경청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이 책에선 일본 재판관들이 어느 때부턴가 법과 양심에 따르는 법관이 아닌 ‘판결을 내리는 공무원’이 돼버렸다고 지적한다. 상명하복의 관료제 조직문화에 젖어 눈치만 보는 법관이 다수라는 얘기다. 우리로 치면 법원행정처에 해당하는 사무총국의 방침에 군말 없이 복종하지 않으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한직으로 밀리게 된다는 것.

저자는 한 최고재판소장(우리의 대법원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분류 불가능한 괴물 유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상부의 눈치만 보는 법관들이 늘면 자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사건 당사자들의 이름 따위는 소송기록이나 수첩의 한 귀퉁이에 적힌 하나의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재판관들에게 문제가 되는 건 처리한 사건의 숫자와 속도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타성에 젖어 자정을 기대하기 힘든 사법부를 일신하려면 채용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임용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법관들은 재판 당사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계적 판결을 내놓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일본 사법제도와 비슷한 우리나라 사법부에도 좋은 쓴소리가 될 것 같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절망의 재판소#일본 사법부#정치적 편향성#전관예우#향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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