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돌 검은돌 어우러지듯… 반상의 다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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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 바둑교실’ 갈수록 인기… 3년만에 전국 30곳으로 확대

서울 구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에서 열린 ‘어울림 바둑교실’. 다문
화가정을 위한 바둑교실로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바둑을 배운다. 맨 앞줄에 윤혜미 양과 문준서 군의 어머니 김홍화 씨가 바둑을 두고 있다. 왼쪽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이다혜 프로 4단.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서울 구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에서 열린 ‘어울림 바둑교실’. 다문 화가정을 위한 바둑교실로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바둑을 배운다. 맨 앞줄에 윤혜미 양과 문준서 군의 어머니 김홍화 씨가 바둑을 두고 있다. 왼쪽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이다혜 프로 4단.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얘들아, 저번 시간에 배웠던 것을 퀴즈로 한번 내볼까. 중국어로 바둑을 뭐라고 하지.”

“웨이치(圍棋)요.”

9일 오후 5시 반 서울 구로구 구로3동 구로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 이다혜 프로 4단(29)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상대로 바둑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른바 ‘어울림 바둑교실’. 이 4단은 이어 “그럼 일본어로는 뭐지”라고 물었고, 한 학생이 “이고(위碁)요”라고 답했다. 아이들의 어머니가 중국이나 일본 출신인 것을 감안한 것이다. 중국 출신 어머니 6명과 일본 출신 어머니 1명도 자녀와 함께 바둑을 배우고 있다.

미로 찾기 게임이 이어졌다. “왼쪽 아래” “오른쪽 위로”라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아이들이 연필로 선을 그려가며 미로를 빠져나오는 게임. 이 4단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더 빨리 친구들과 사귈 수 있도록 남의 말을 듣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4단은 또 자석 바둑판 위에 ‘양단수’ ‘축’ ‘장문’ ‘1선 쪽으로 몰아가기’ 등 문제를 내고 본격 바둑수업에 들어갔다. 자녀들은 어머니와 함께 있어서인지 시끌벅적했다. 서로 자기가 풀겠다고 앞다퉈 손을 들었다. 풀이 죽어보였던 김경연 군(12)은 어머니 사이토 아키 씨가 들어오자 기가 살아났다.

이어 실전바둑. 7명씩 팀을 나눠 단체대항전을 펼쳤다. 아이들은 친구 어머니들과도 스스럼없이 대국했다. 막내 문준서 군(8)은 윤혜미 양의 어머니와 7줄짜리 바둑을 둬 이기고는 의기양양해했다.

신관준 군(10·도신초 3년)의 어머니 남명금 씨는 “2월부터 바둑교실에 나왔는데 아이가 너무 즐거워한다. 아빠와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반준휘 군(10·영일초 3년)이 기자에게 다가오더니 “다문화 바둑대회에서 한번은 우승했고, 3등도 했다”며 자랑했다. 어머니 정금화 씨는 “준휘가 바둑을 배우더니 자신감이 생겼다. 바둑을 같이 배우니 대화할 거리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국 옌지(延吉) 출신의 조선족인 정 씨는 구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 언어 강사를 하고 있다.

전국의 어울림 바둑교실은 30곳. 서울이 10곳, 경기가 9곳으로 많은 편이고, 부산 전남 강원 경남북 충남북 등에도 있다. 이곳에 나오는 아이들 부모의 출신국은 중국과 필리핀이 가장 많고 베트남 일본 러시아 등의 순이다.

어울림 바둑교실 강사들은 반은 프로기사이고 나머지는 아마추어 고수들. 경기 안산 원곡초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박상돈 8단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의기소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둑실력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재호 한국기원 보급사업국장은 “2011년부터 정부지원과 대한바둑협회의 협력으로 8곳에서 다문화가정에 바둑보급을 시작했는데 호응이 좋아 올해 30곳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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