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童顔 ‘불혹의 어린왕자’ 그 美聲이 반갑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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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2집 들고 가수 ‘교’로 돌아온 작곡가 이규호

23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서 만난 가수 교(이규호). “(윤)영배 형, (이)승환이 형, (윤)종신이 형”을 얘기하는 그는 가까이서 봐도 예뻤다. 노래처럼. 푸른곰팡이 제공
23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서 만난 가수 교(이규호). “(윤)영배 형, (이)승환이 형, (윤)종신이 형”을 얘기하는 그는 가까이서 봐도 예뻤다. 노래처럼. 푸른곰팡이 제공
가요계엔 세 명의 어린왕자가 산다. 들국화의 최성원(60), 이승환(49), 그리고….

‘막내 왕자’ 이규호(40)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최소한 윤종신의 ‘팥빙수’, 이소은의 ‘서방님’, 이승환의 ‘세 가지 소원’, 박정현의 ‘늘 푸른’, 장필순의 ‘맴맴’을 아는 사람보단 적다. 주제부터 선율, 분위기까지 별 연관 없어 보이는 이 노래들을 다 지은 게 이규호다.

뛰어난 작곡가로 더 유명한 그는 본디 가수다. 199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조동진 조동익이 이끄는 하나음악(지금의 ‘푸른곰팡이’)에 거점을 뒀다. 장필순부터 한동준 이승환 유희열 윤종신 이소라 박정현 나윤선, 최근 김예림의 앨범에까지 작사 및 작곡가로 참여했다. 1999년 1집 ‘얼터에고’를 낸 뒤 ‘가수 이규호’는 잊혔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숨어 지내던 ‘작곡가 이규호’가 가수 교(Kyo·이규호의 별명)로 돌아왔다. 최근 15년 만의 새 앨범인 2집 ‘스페이드 원’을 내고 다음 달 7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4년 만에 콘서트(7만7000원·02-563-0595)를 여는 그를 23일 만났다. 일간지 인터뷰는 15년 만이라고 했다. 여성스러운 동안(童顔)과 고운 목소리, 순수와 자연을 추구하는 노랫말과 악곡이 앨범 속지에 그려진 어린왕자와 이규호를 번갈아 바라보게 한다.

“가수로서 30대를 통째로 쉬었죠. 최근에 (윤)영배 형, (장)필순이 누나가 복귀한 게 자극이 됐어요.” 2002년에 2집을 내려 했지만 음반사 계약 문제로 포기했다. 그때 타이틀곡으로 실으려던 ‘사랑한다 말해요’는 지난해 ‘슈퍼스타K 3’ 출신 신인 김예림에게 줬다. 김예림의 음역에 맞춰 조(調)만 바꿨을 뿐 11년 전에 한 편곡은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의 ‘스페이드 원’에 실린 곡들은 시대불명이다. 1980년대 포크와 신스팝(신시사이저 소리가 부각된 팝 음악)부터 2000년대 모던 록까지가 복잡하지 않게 얽혀 있는데 특정 장르로 못 박기는 힘들다. 화사한 ‘세상 밖으로’ ‘매일 지구 굴린다’ ‘포크레인’, 관조적인 ‘없었다’ ‘바이러스’ ‘뭉뚱그리다’는 예쁜 가요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향수를 수렴할 만하다.

이규호는 “써두고 아직 발표 안 한 노래가 100곡 이상”이라고 했다. 이제 세상 밖으로 조금씩 그 노래들을 내놓고 싶다고 했다. “인디 뮤지션과도 교류하고 싶어요. 요즘 싱어송라이터 시와와 함께 노래를 쓰고 있거든요. 콘서트 활동도 더 해보고 싶어요. 무대 공포증이 있지만.”

어린왕자 복귀의 결정적 힌트는 신작 마지막 곡 ‘순애의 추억’에 있다. ‘할머니 보고 싶어’를 반복하는 노래. ‘순애’란 이름의 친할머니가 몇 년 전 백혈병으로 별세하면서 그간 모아둔 돈을 음반 제작비로 쓰라며 모두 이규호 앞으로 남겼다. 그는 “‘순애의 추억’은 부르기에 너무 슬퍼서 당분간 무대에 안 올릴 것”이라고 했다.

“이 앨범이 순애의 추억이 됐으면 해요. 그리고 유재하의 앨범처럼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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