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열리는 在美 한인 2세 설치작가 마이클 주 개인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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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방패에 비친 분리와 통제의 기억

사회적 통제를 유리 방패로 은유한 재미작가 마이클 주 씨.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
사회적 통제를 유리 방패로 은유한 재미작가 마이클 주 씨.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 바젤 홍콩’(15∼18일)과 맞물려 홍콩 시내 곳곳에선 볼만한 전시들이 한꺼번에 막을 올린다. 14일∼8월 29일 미국 서배나예술대(SCAD) 홍콩캠퍼스의 비영리전시공간 무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마이클 주 씨(48)의 ‘투명한 엔진’전도 그중 하나. 그는 미국서 태어나 성장한 한인 2세 작가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서도호 씨와 함께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했고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았다.

전시장에는 손잡이를 제거한 시위 진압용 방패, 은행과 공항에서 경계를 표시하는 로프를 모티브로 한 설치작품이 선보였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물건들이지만 거울 효과를 내는 은색 강화 유리로 만들어 낯설게 다가온다. 전시를 위해 홍콩을 찾은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치안 재판소로 사용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의 장소적 맥락을 고려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을 분리 혹은 통제하는 역할을 해온 방패와 로프를 연약하고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공간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명하는 사회적 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예술적 오브제로 번안하고, 강함과 약함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린 작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사물과 현상을 단순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와 그들’ ‘안과 밖’을 나누는 기준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을.

생물학을 전공한 뒤 미술로 방향을 바꾼 작가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등 여러 장르에 걸친 실험적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연과 사회의 변형, 진화에 대한 심오한 사색을 정교한 조형작업으로 펼치는 솜씨가 빼어나다.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마이클 주#투명한 엔진#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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