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폴란드에서 초연된 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은 어머니와 딸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강렬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LG아트센터 제공
어머니와 딸. 누구보다 가깝지만 때때로 서로를 구속한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격정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낸 폴란드 연극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16,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겪은 뒤 딸에게 상처를 쏟아내는 유대계 폴란드인 어머니와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딸의 이야기를 다뤘다
연극 강국인 폴란드의 대표적인 연출가 얀 클라타(41)가 자국 소설가 보제나 케프의 동명 작품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클라타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픔과 희생을 딸에게서 보상받으려는 어머니와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딸을 통해 국가와 개인,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을 조명했다”고 말했다.
미리 공개한 작품 영상에서 검은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은 어머니와 딸은 탯줄처럼 머리카락이 연결된 채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6명의 배우들은 고정된 배역을 맡는 대신 작품 도중 어머니 역 배우가 딸을 연기하기도 하고, 딸 역할의 배우가 어머니 역을 맡기도 한다. 어머니도 한때 딸이었음을, 딸도 결국 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독특한 형식을 통해 표현했다.
배우들은 노래하듯 대사를 뱉어내고 대사를 하듯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 가스펠 음악도 활용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사회적 이슈를 파격적이면서도 도발적으로 풀어내는 클라타 특유의 감성을 맛볼 수 있다.
영화 ‘에일리언’ ‘반지의 제왕’ ‘툼 레이더’의 캐릭터와 대사도 등장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퍼부어대면 딸은 “죽음의 늪을 조심하세요, 프로도 나리!”라며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대사를 외친다. 클라타는 “어머니가 쏟아내는 말을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처럼 느낀 딸이 영화 속 환영들이 출몰하는 늪지대인 ‘죽음의 늪’에 빗대 현대의 언어로 되받아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국과 희생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에 저항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클라타는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여기는 것들을 비판하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팽배하고 있는 무의미한 애국주의에 대해 의심하고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3만∼7만 원.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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