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백자호(白磁壺)를 부르는 ‘달 항아리’란 이름은 듣기만 해도 좋다. 넋을 놓고 바라보면 비루한 일상마저 품어줄 듯하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이 개최한 ‘백자예찬: 미술, 백자를 품다’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백자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한 자리다.
백자 수집과 그리기를 즐겨 ‘달 항아리 작가’로도 불렸던 김환기(1913∼1974)와 호를 도천(陶泉·도자기의 샘)이라 지은 도상봉(1902∼1977)의 회화는 보고 또 봐도 매력적이다. 특히 김환기가 고향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서 항아리를 이고 가는 아낙들을 그린 ‘섬 스케치’는 지난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입해 국내엔 처음 소개된다.
21세기 들어 백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손석 강익중 박선기 이승희 황세선 노세환 작가가 홀로그램이나 색다른 소재를 이용해 백자의 새로운 면을 조명했다. 구본창 사진작가가 4개국 16개 박물관에서 담은 조선 백자 사진도 놓치면 아쉽다. 도예가 한익환(1921∼2006)을 비롯해 조선 백자의 명맥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백자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8월 31일까지. 5000∼9000원. ‘문화가 있는 날’은 2500∼4500원.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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