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외모도 곱고 단아한 ‘美人’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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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앨범 ‘소란했던 시절에’ 낸 싱어송라이터 빌리어코스티

싱어송라이터 빌리어코스티는 가요, 팝, 미국식 록의 감성이 교차하는 세련된 악곡을 작사, 작곡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노래와 
기타 연주로 건축한다. 미국 팝스타 존 메이어를 연상시킨다고 하자 “그와 비슷해질까 봐 다음 달 내한공연에도 일부러 안 갈 
생각”이라며 웃었다.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싱어송라이터 빌리어코스티는 가요, 팝, 미국식 록의 감성이 교차하는 세련된 악곡을 작사, 작곡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노래와 기타 연주로 건축한다. 미국 팝스타 존 메이어를 연상시킨다고 하자 “그와 비슷해질까 봐 다음 달 내한공연에도 일부러 안 갈 생각”이라며 웃었다.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예 싱어송라이터 빌리어코스티(본명 홍준섭·31)의 음악은 신중현의 ‘미인’을 떠올리게 한다.

22일 발매된 그의 데뷔 앨범 ‘소란했던 시절에’는 요즘 성형미인처럼 강렬한 첫인상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뜯어볼수록 곱고 단아한 미인을 떠올리게 한다. 흠잡을 데 없이 유려한 멜로디와 편곡, 박하사탕을 반쯤 녹여 문 듯 상쾌하게 허스키한 목소리는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자꾸만 듣고 싶게 만든다. 음악이 반짝 소비되고 버려지는 요즘 같은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의 데뷔 전 경력이 주는 인상도 비슷하다. 파주포크콘테스트 대상,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라디오 송 페스티벌 대상, 유재하가요제 금상, CJ튠업 우승…. 화려하나 소박하다. “‘슈퍼스타 K’ ‘K팝 스타’ 같은 TV 프로그램은 음악 외에 다른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 걸 봤어요. 제 길은 아닌 것 같았죠.”(빌리어코스티)

그의 자리는 원래 무대 뒤쪽이었다. 대학에서 기타 연주를 전공한 뒤 심수봉, 변진섭, 옥상달빛, 아이돌 그룹 JYJ 같은 다른 가수의 공연과 음반에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여해왔다. “2008년, 대학을 졸업하고 막막한 마음에 불러주는 대로 가서 연주했어요. 드라마에 삽입될 연주도 했고요.”

그러던 그가 나이 서른을 바라보고서야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했다. “JYJ의 세션 기타리스트로 일본 도쿄돔에도 서봤어요. 근데 수만 명이 형광봉을 흔드는 그 무대보다 서울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 제가 만든 음악을 선보였던 첫 버스킹이 더 강렬했죠. 달랑 다섯 곡을 행인 서너 명 앞에서 불렀지만 도쿄돔에서보다 훨씬 더 떨렸거든요.”

빌리어코스티란 이름은 ABU 라디오 송 페스티벌 때 지었다. 영어 ‘벗 아이 러브 유’의 알파벳 약자로 ‘Bily’를 만들었다. “우린 모두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일하고 공부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쿠스틱 팝을 상징하는 ‘어쿠스티’의 ‘쿠’를 좀 더 경쾌한 느낌의 ‘코’로 바꿔 붙였다.

‘자유롭게 가고 싶어/그 언제라도 어디가 되어도/숨겨둔 나의 작은 섬’이라 간절히 노래하는 타이틀 곡 ‘그 언젠가는’은 그가 작년 가을 파주포크콘테스트 결선 리허설을 위해 임진각 평화누리 앞의 끝없이 허허한 벌판 앞에서 노래한 뒤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쓴 곡이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과 공감하는 음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먹먹한 마음. 그 느낌에 ‘그 언젠가는∼’ 하는 후렴구 멜로디가 겹쳐 떠올랐어요.” 앨범을 닫는 곡 ‘한참을 말없이’는 군 복무 시절 이별통보를 받은 뒤 불침번을 서며 노랫말을 지은 곡이라고 했다.

빌리는 “1990년대 전람회나 토이처럼 앨범 전체를 반복해 들을 만한 음악이 고갈된 시대에 그런 음악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우리가 한때 빠졌던 김동률, 이적, 윤종신처럼 진짜 우리 이야기를 하는, 사람냄새 나는 음악을 자유자재로 써내는 게 목표예요.”

‘그 언젠가는’을 부를 때마다 그는 여전히 텅 빈 가을 벌판을 바라보듯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고 했다.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떨려오는 이 마음을 붙잡고/불어오는 바람에 내 몸을 맡긴 채로’ 하는 두 줄. 숨 가쁜 유행의 격류 속에 빌리의 음악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빌리는 6월 29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공연(02-599-0335)을 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싱어송라이터#빌리어코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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