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측하기 힘든 열정과 사랑의 속성을 깊이 이해한 작품이에요.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창의성과 위험도 동반하고 있죠.” 25∼27일 공연되는 셰익스피어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을 연출한 톰 모리스(50)는 이 작품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모리스는 ‘워 호스’ ‘제리 스프링어: 더 오페라’ 등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영국 연출가다. 모리스의 ‘한여름 밤…’은 2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세계 투어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마무리된다. 지난달 국내에 영상으로 선보였던 ‘워 호스’에 이어 ‘한여름 밤…’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모리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
톰 모리스(위 사진)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셰익스피어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사랑하는지, 갈망과 두려움이 사람을 어떻게 이끄는지 깊이 이해한 놀라운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여름 밤의 꿈’에는 다양한 인형이 등장해 배우들이 연기는 물론이고 인형술사 역할도 함께 소화했다. 시몬 아난드 제공
‘한여름 밤…’은 현실 세계와 요정 세계가 겹친 숲에서 연인들과 요정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모리스는 이 작품에 인형을 등장시켜 더욱 몽환적인 세계를 그려냈다. ‘워 호스’에도 인형이 등장했다. 두 작품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 극단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와 함께 작업한다.
“‘워 호스’는 1차 세계대전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 했기 때문에 말과 거위를 실제 크기로 만들었어요. 반면 ‘한여름 밤…’은 요정의 숲에서 일어나는 소동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디테일을 생략하고 실루엣만 남겨뒀어요.”
자신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사람들이 인형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무대에 등장한 사물을 ‘퍽’이라는 요정이라고 상상한다면 그건 이미 하나의 생명을 창조한 거예요. 인형이 가진 특별한 힘이죠.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순수함이 깨어납니다.”
그의 작품은 무대 장치가 간소하다. ‘워 호스’에서는 막대기 몇 개만으로 농장, 마시장 등 다양한 장소를 표현했다. ‘한여름 밤…’ 역시 커튼과 막대기로 만든 간단한 장치뿐이다. 그는 “빈 공간은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선물한다”고 했다.
모리스의 작품은 모험적이며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헨리 5세’에 나온 문장은 영감의 원천 가운데 하나다. ‘우리들의 미흡함은 여러분의 상상으로 채워주십시오. 한 사람의 배우가 등장하면 천군만마가 등장한 것으로 상상해주십시오. 우리가 말이라는 대사를 할 때, 그 말들이 자랑스럽게 말발굽을 대지에 찍으며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해주십시오.’
그는 요즘 월드컵에 관한 연극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에서 오페라 ‘데스 오브 클링호퍼’의 재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연출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상상력을 믿으세요. 자신의 아이디어가 천천히 발전해 나가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아이디어는 마치 크리스털처럼 천천히 세공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는 한국 관객에게 마음껏 상상하고 즐기라고 당부했다. 그러고는 그가 좋아하는 ‘한여름 밤…’ 대사를 소개했다.
‘강력한 상상력은 너무도 교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 어떤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 즐거움을 가져다줄 어떤 실체를 생각해낸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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