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촬영 어벤져스 책으로 읽어볼까”… 원작만화 판매 42%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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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교보문고에 설치된 슈퍼히어로 원작 코너. 출판계는 어벤져스2 국내 촬영에 따른 특수를 누리려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오른쪽 위부터 영화 ‘캡틴 아메리카: 원터 솔져’의 원작, 수십 명의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만화 ‘하우스 오브 엠’, 영화 ‘다크나이트’의 원작.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시공사 세미콜론 제공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교보문고에 설치된 슈퍼히어로 원작 코너. 출판계는 어벤져스2 국내 촬영에 따른 특수를 누리려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오른쪽 위부터 영화 ‘캡틴 아메리카: 원터 솔져’의 원작, 수십 명의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만화 ‘하우스 오브 엠’, 영화 ‘다크나이트’의 원작.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시공사 세미콜론 제공
“이게 ‘캡틴 아메리카’ 원작인가? ‘어벤져스2’ 촬영이 있던 날(5일)에 강남역에 간 것도 크리스 에번스(캡틴 아메리카 역)를 보고 싶어서였는데.”

11일 오후 7시 12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30대 회사원들이 서점에 마련된 슈퍼히어로 원작 코너 앞에서 수다를 떨더니 3권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슈퍼히어로 원작만화는 미국 출판사인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가 발행하는 그래픽노블(Graphic Novel) 단행본을 말한다.

○ ‘어벤져스’ 특수에 출판계 “꺅”

지난달 30일부터 영화 ‘어벤져스2’ 국내 촬영이 계속되면서 슈퍼히어로 원작만화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1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1∼3월 이들 만화 판매량은 전년 대비 6%가량 감소했지만 ‘어벤져스2’ 국내 촬영이 시작된 30일 이후부터 이달 15일까지 판매량이 42% 늘어났다. 예스24 측도 “이달 1∼9일 슈퍼히어로 원작 판매량은 3, 4개월간 팔릴 양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대형 오프라인서점, 인터넷 서점마다 슈퍼히어로 코너를 따로 개설했을 정도다.

출판계에서는 기대치 못한 특수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떠돈다. 영화 ‘다크나이트’(배트맨)가 뜨면 세미콜론 웃고, ‘아이언맨’이 인기면 시공사가 웃는다는 말이 대표적인 예. 캐릭터마다 국내 판권 계약을 한 출판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같은 마블코믹스 책은 시공사가, 배트맨과 같은 DC코믹스 책은 세미콜론 출판사가 국내 판권을 갖고 있다.

○ 독자들은 “어렵다”… 국내 출판만화시장 판도 바꿀지는 미지수

특수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독자 중 상당수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인 탓이다.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읽기가 수월치 않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슈퍼히어로 만화의 서술 구조가 한국 독자에겐 낯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슈퍼히어로 원작만화는 1930년대 미국의 한 비누회사가 판촉물로 나눠주면서 시작됐다. 판촉물이 인기를 얻으면서 30∼60쪽 잡지 형태의 만화가 발행됐다. 이런 잡지 6∼12개가 합쳐진 것이 현재의 ‘슈퍼히어로 단행본’이다. 잡지 여러 개를 하나로 묶다 보니 당연히 전체 이야기가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구나 슈퍼히어로의 원조인 슈퍼맨이 1938년 처음 등장한 이래 대부분 슈퍼히어로물은 40∼70년간 연재돼 왔다. 당연히 일부 에피소드만 추려낸 국내 단행본만 봐서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만화 전문번역가 이규원 씨는 “슈퍼히어로물은 캐릭터 소유권을 지닌 해당 출판사가 특정 작가를 고용해 작품을 만들기에 같은 아이언맨이라도 작가에 따라 그림체, 작품 분위기, 세계관이 달라지다 보니 국내 독자는 헛갈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슈퍼히어로 원작만화는 각 컷의 연결성보다는 개별 컷의 이미지와 대사를 중시한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한국인은 스토리 위주로 만화를 보지만 슈퍼히어로 만화는 장면 연출이 길고 심리적 대사가 많아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만화의 주요 저자인 마크 밀러(‘시빌 워’)와 앨런 무어(‘배트맨’)도 40, 50대의 중장년층으로, 작품을 통해 슈퍼히어로의 인식론적 세계, 슈퍼 파워가 주는 중압감을 다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들은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시공사의 조광환 대리는 “어차피 젊은이들은 책을 안 사기 때문에 30, 40대 위주로 마니아 소비자군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캡틴 아메리카#어벤져스#원작만화#슈퍼히어로#다크나이트#하우스 오브 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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