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앞둔 할머니가 ‘태백산맥’ 전10권 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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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거주 79세 안정자씨, 원고지 1만6500장 21개월 걸쳐
태백산맥문학관서 감사패 받아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전 10권) 전권을 팔순을 앞둔 할머니가 필사해 작가의 감사패를 받았다.

태백산맥 최고령 필사의 주인공은 경남 창원시에 사는 안정자 씨(79·사진). 안 씨는 원고지 기준 1만6500장에 달하는 태백산맥을 1년 9개월에 걸쳐 필사했다. 소설 1, 2권은 대학노트로 불리는 두꺼운 공책 네 권에, 나머지는 200자 원고지 1만2000여 장에 나눠 옮겨 적었다.

태백산맥은 2011년 2월 필사를 완료한 문선아 씨(54·전북 전주시)를 필두로 지금까지 20∼50대 독자 5명이 소설 전권을 필사해 기증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올해 71세인 작가보다 고령의 독자가 필사한 경우는 처음이다.

안 씨는 자신이 수강하던 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 강사에게서 “글쓰기 실력을 늘리려면 필사가 좋은 방법이고, 태백산맥 같은 수작을 필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2012년 4월 필사에 들어갔다. 매일 두세 시간씩 필사해 올해 1월 필사를 마치고 작가에게 이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태백산맥 필사에는 짧으면 6개월, 길게는 4년까지 걸렸다. 안 씨 필사본을 포함한 6개의 필사본은 모두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문학관에 전시되고 있다.

30일 태백산맥문학관에서는 필사본 기증자 6명 중 안 씨를 포함해 4명이 참석한 가운데 ‘필사본 기증 독자 감사패 전달식’이 열렸다. 전달식에 참석한 조정래 작가는 “필사는 열독 중의 열독”이라며 “작가로서 이보다 고맙고 보람을 느끼는 일이 없다. 작가로서 사는 보람을 느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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