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미국 뉴욕에서 구순을 넘긴 재미화가의 자택 겸 작업실을 찾았을 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벽도 바닥도 눈부신 색감의 작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오랜 지기인 앵무새를 품에 안고 그는 “앞으로 더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의 이름은 김보현(사진). 현지에선 포 김으로 통한다.
김 화백이 7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별세했다. 향년 97세.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다녀온 그는 1946년 귀국해 조선대 미대 창설에 기여했다. 첨예한 이념 대립의 시기에 좌익과 친미로 몰려 좌우 진영의 핍박을 받은 그는 1955년 교환교수로 도미한 뒤 눌러앉았다. 1969년 조각가 실비아 월드와 결혼해 둘의 이름을 딴 재단과 전시장을 열었다. ‘잊혀진 화가’였던 그는 2007년 덕수궁미술관 회고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부인은 2011년 별세했고 자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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