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아이러니컬 센스… 제3의 감성 강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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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패션 키워드는 ‘상반된 것들의 창조적 조화’

전통이나 인류의 문화유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돌체앤가바나의 여성 미니 원피스.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전통이나 인류의 문화유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돌체앤가바나의 여성 미니 원피스.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선견지명(先見之明).

만약 인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수투성이인 우리 인생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완벽해지지 않을까.

미래를 내다볼 수 없어도 ‘반 보’ 앞서서 판단해야 하는 분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패션이다. 반 년, 길게는 1년 후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지 예측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하다. 패션 업계 종사자들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의상들을 보고 그 속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끄집어낸다. 유명 브랜드들은 이미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올해 가을·겨울(F/W) 의상들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까. 또 어떤 의상들이 주목을 받을까. A style은 패션 경향과 유행을 분석하는 ‘인터패션플래닝’에 의뢰해 올해 여성복과 남성복에서 나타날 유행 요소들을 살펴봤다.

▼ 비현실과 현실이 만나고, 꽃무늬 속 기하학 유행… 예술가 협업시대도 활짝 ▼
비현실 속 현실


왼쪽부터 핑크색을 불투명하고 창백하게 표현한 버버리프로섬 재킷, 버버리프로섬의 ‘파스텔 그린(Pastel Green)’ 재킷, 세모와 네모 등의 무늬를 옷에 넣은 도나카란의 여성 원피스.
왼쪽부터 핑크색을 불투명하고 창백하게 표현한 버버리프로섬 재킷, 버버리프로섬의 ‘파스텔 그린(Pastel Green)’ 재킷, 세모와 네모 등의 무늬를 옷에 넣은 도나카란의 여성 원피스.
올해 패션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비현실 속 현실’이다. 이는 서로 상반되는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반어적인 감각(아이러니컬 센스)’을 뜻한다. 현실(Real)과 비현실(Unreal), 보이는 것(Visible)과 보이지 않는 것(Invisible), 낮은 수준의 기술(Low-Tech)과 고도의 기술(Hi-Tech) 등 얼핏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 것 같은 상반된 요소들이 옷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꽃무늬를 분해하거나 디자이너의 해석을 넣어 비현실적인 느낌이 나도록 한 마이클코어스의 의상.
꽃무늬를 분해하거나 디자이너의 해석을 넣어 비현실적인 느낌이 나도록 한 마이클코어스의 의상.
이런 경향은 색에서도 나타난다. 버버리프로섬은 올해 봄·여름(S/S) 패션쇼에서 원래 채도가 높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핑크를 불투명하고 창백하게 표현한 ‘페일 핑크(Pale Pink)’ 재킷을 선보였다. DKNY가 올해 봄·여름 패션쇼에서 선보인, 밝고 따뜻한 느낌의 파란색 ‘크리스털 블루’ 재킷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비교적 채도가 높은 파스텔 톤과 베이지색이나 갈색 등 우아하고 채도가 낮은 색을 교차해 사용한 사례도 자주 나타난다.

어두움을 나타내는 데도 그냥 ‘검은색’을 쓰지 않고 다양한 다른 색을 섞는 경우가 많다. 잉크처럼 어두운 ‘잉키 다크(Inky Dark)’부터 암적색이라 불리는 ‘버건디(Burgundy)’, 어둡고 탁한 녹색인 ‘정글 그린(Jungle Green)’ 등 어두움을 표현하는 데도 일상적이지 않은 감각이 올 시즌에는 자주 드러난다. 여기에 때로 금색이나 은색 등 금속 느낌이 나는 색을 더해 사이버틱하고 풍부한 질감을 표현한 것도 올해 봄·여름 의상의 특징이다.

꽃무늬 속 기하학 도형

소재에서도 면직물(Cotton Fabric)이나 린넨(Linen)이라 불리는 마직(麻織)류, 실크, 울과 같은 자연 소재와 폴리에스테르 등 화학섬유를 혼합해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물이 흐르듯 유동적인 느낌을 주거나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인조섬유 레이온(Rayon) 또는 비스코스(Viscose)를 천연섬유와 혼합해 기능적인 면과 활동적인 감각을 주는 의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의상에서 색이나 소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무늬다. 올해는 꽃무늬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꽃무늬를 분해하거나 디자이너의 해석을 넣어 비현실적인 느낌을 내도록 재해석한 것이 눈에 띈다. 마이클코어스가 선보인 여성 의류가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는 여성 치마와 브래지어에서 꽃의 알록달록함을 없앴다. 색도 빨강이나 노랑이 아닌 녹색을 사용해 꽃을 표현해 색다른 느낌을 주려 했다.

이외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사용한 의상들도 눈에 띈다. 세모와 네모 등의 무늬를 옷에 넣은 도나카란의 여성 원피스는 기하학적인 느낌과 민속적인(ethnic) 분위기를 섞었다. 옷 자체를 하나의 캔버스처럼 표현해 일상적이지 않은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의상도 있다. 프라다가 올해 봄·여름 패션쇼에서 선보인 주황색 여성 반코트에는 여성의 얼굴 모습이 반쯤 들어가 있다. 특히 올해는 예술가와의 직접적인 협업을 통한 의상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男, 트래블 & 스포티룩 휩쓴다 ▼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 감각이 만드는 ‘제3의 감성’


왼쪽부터 앵무새 그림을 넣은 케이티이어리의 티셔츠, 아메바 모양이 돋보이는 루이비통의 피케셔츠, 바다 그림 안에 또 하나의 그림을 넣은 캘빈클라인 티셔츠.
왼쪽부터 앵무새 그림을 넣은 케이티이어리의 티셔츠, 아메바 모양이 돋보이는 루이비통의 피케셔츠, 바다 그림 안에 또 하나의 그림을 넣은 캘빈클라인 티셔츠.
전체적인 의상 분위기를 결정하는 스타일에서도 서로 상반되는 감각이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만드는 분위기다.

먼저 올해 전통이나 인류의 문화유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들이 눈에 띈다. 예스러운 느낌을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 의상들이 많다. 돌체앤가바나가 선보인 여성 미니 원피스가 대표적이다. 보테가베네타의 원피스는 ‘1950년대’가 의상 전체 주제다. 마치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속 여주인공이 입었던 듯한, 허리 부분이 강조된 원피스는 얼핏 보면 고전적인 느낌이지만 여성스럽고 현대적인 느낌을 낸다.

비일상적인 화려함과 일상의 느낌을 함께 배치해 ‘현재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옷들도 있다. 셀린이 선보인 의상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옷은 티셔츠와 치마, 니트 등 일상복을 액세서리나 가방, 신발 등과 어울리게 해 전체적으로 도시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샤넬은 예술가의 감각을 일상의 옷에 과감하게 표현하는 ‘프롬 디 아트(From the Art)’를 주제로 한 의상을 선보였다. 마치 피카소가 쓰는 팔레트 느낌이 나는 원피스나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간 의상 등을 선보이며 옷에 예술가의 감성을 담았다. 스포츠의 느낌이 나도록 한 ‘스포티즘’도 주요 스타일 중 하나로 꼽힌다. 질 샌더가 선보인 의상들은 미국 마이애미 해변가에서 볼 법한 수영복이나 스킨 스쿠버의 의상을 패션으로 재탄생시킨 듯하다.

여행을 떠나는 남성과 스포츠맨

여행을 주제로 한 일상복들을 선보인 마이클 바스티안.
여행을 주제로 한 일상복들을 선보인 마이클 바스티안.
남성복에서는 여행을 주제로 한 일상복들이 눈에 띈다. 체크무늬 반바지와 파란색, 녹색으로 어우러진 사파리 재킷을 선보인 준야 와타나베부터, 아메바 모양의 피케셔츠를 내놓은 루이비통 등 일상을 탈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의상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캠핑을 떠날 때 어울릴 것 같는 의상부터 오지 탐험이나 모험을 할 때 어울릴 듯한, 야생의 느낌을 담은 것들도 많이 나타났다.

여행과 함께 등장한 주제는 스포츠다. 활동적인 느낌이 나도록 하는 ‘저지’ 소재를 사용했거나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채용한 것 등 스포츠를 주제로 남성의 활동성을 강조한 의상들이 올해도 대거 등장했다. 필립 림, 제임스 롱 등 일상에 기술적인 진보를 더한 기능성 의류들도 나타났다.

활동적인 의상에 추상적인 그림을 집어넣은 ‘액티브 아트’는 남성 의류에서 나타난 새로운 스타일이다. 캘빈클라인, 지방시, 케이티이어리 등의 브랜드에서 이런 유행을 찾아볼 수 있다. 옷에 특이한 그림이나 무늬를 넣은 스타일은 언뜻 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디자이너들은 ‘걸어 다니는 갤러리’를 통해 독특한 아름다움을 표현해냈다.

도움말=이경희 인터패션플래닝 부사장
정리=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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