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도는 숙제 같은 곳이다. 언젠가 꼭 가봐야 할, 하지만 선뜻 떠나기 쉽지 않아서 자꾸 미루게 되는 여행지다.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인도처럼 방대하고 대중교통수단이 안정적이지 않은 지역을 여행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패키지여행을 이용하는 것이다.
수많은 여행 상품 중 하나를 고르는 기준은 간단했다. 옵션 상품에 대한 부담의 유무, 편안한 잠자리, 좋은 음식,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수많은 여행 상품을 밤새 뒤졌다. 조금 까다로운 기준에 딱 맞는 상품을 찾았다. 대리점 마진 없이 직판으로 판매하는 상장회사인 참좋은여행의 패키지를 선택했다. 》
마음이 서서히 스며드는 땅
본격적으로 시작한 여행은 델리 시내 관광 후 비행기를 이용해 갠지스 강이 있는 바라나시로 떠나는 일정이다. 바라나시는 인도 관광의 핵심지로 전체 일정 중 2박의 여정이 잡혀 있는 곳이다.
겨울의 북인도는 여행하기에 선선하고 좋은 날씨지만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 종종 갠지스 강 일출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안개 낀 날을 피해 갠지스 강의 일출을 볼 수 있도록 일정을 바꾸었다.
여행 중 각종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지인 가이드가 있다는 것은 패키지여행의 이점 중 하나다. 아침에는 배를 타고 나가 강 위에서 해돋이를 맞았고 저녁에는 자전거 인력거인 릭샤를 타고 강에서 치르는 힌두 의식을 보았다. 갠지스 강은 아침과 저녁,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수많은 사람이 인도에 오면 철학자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강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화장터, 소, 개와 같은 동물들과 각종 인종이 뒤엉킨 거리, 미로 도시라고 불리는 뒷골목에서 마주하는 이미지도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고 첫 설법을 한 사르나트까지 둘러보는 것으로 바라나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비행기를 타고 인도 중부에 위치한 카주라호로 향했다. 이곳은 수많은 조각이 빼곡하게 붙은 거대한 힌두사원들로 유명하다. 수많은 화두가 떠올라 복잡해진 머릿속을 달래기라도 하듯, 카주라호의 시원하게 트인 전경은 ‘쉼’이라는 선물을 준다. 약 1000년 전 영화를 누렸던 찬델라왕조가 만든 서쪽 사원군과 동쪽 사원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그 건축미나 장식조각의 예술성은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로 아름답다.
내 손으로 만져보는 아름다운 인도
인도 중부에 위치한 옛 라지푸트왕조의 수도 오르차로 갈 차례다. ‘숨은 장소’라는 의미를 가진 오르차는 카주라호에서 차로 네 시간 거리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진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전원과 마을의 풍경에 마음이 홀려 지루할 틈이 없다. 아름다운 강을 배경으로 우뚝 선 오르차의 고성을 산책하고 북인도의 대표 도시 아그라로 이동한다.
아그라에는 놓쳐서는 안될 보물이 있다. 바로 타지마할이다. 타지마할을 향해 다가갈수록 마음이 설렜다. 건축계에서 인류 최고 미녀라고 불리는 타지마할의 흰 대리석을 직접 어루만져보는 순간 인도에 왔음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타지마할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가치는 충분했다. 감동을 뒤로하고 아그라 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그라 성은 무굴제국의 권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붉은빛의 사암으로 만든 궁전이다.
궁전의 규모와 정교함은 감탄스럽지만 어딘지 서글픈 기운이 느껴진다. 아들에 의해 유배된 채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만든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말년을 보낸 샤자한의 슬픔이 궁전 곳곳에 배어 있는 것 같다.
고생은 없다, 인도
인도는 여러 번의 수도 이전이 있었던 만큼 성과 탑이 곳곳에 많다. 인도 양식과 이슬람 양식이 혼합된 아름다운 시크리 성, ‘거울방’이 펼쳐 보이는 화려함 앞에서 넋을 놓고 연신 셔터를 누르게 된 암베르 성, ‘바람의 궁전’이라는 별명을 가진 하와마할과 중세 인도의 천문대 잔타르 만타르, 그리고 현재까지도 마하라자(왕)의 후손이 사는 궁전인 시티 팰리스, 델리의 상징이자 인도 최대의 탑인 쿠트브탑 등 수없이 많은 볼거리에 홀린 여행자의 눈은 끊임없이 빛난다.
8박 9일의 일정 동안 인도 국내선 비행기와 특급열차, 전용차량 등으로 인도 북부를 누비면서 인도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역사가 남긴 위대한 유적들을 만났다. 그동안 인도 여행이라고 하면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유산들보다 갠지스의 화장터를 비롯한 철학적 고뇌를 담은 고생스러운 이미지가 먼저 부각됐다. 어떤 이는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고 인도 구석구석을 살피는 동안 온갖 고생스러운 경험을 통해 삶의 뜻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휴식이 필요할 때, 보다 편안하게 짜인 일정을 통해 인도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마주하는 것도 꽤 괜찮다.
구전된 인도 여행에 관한 고생담들에 지레 겁을 먹었기에 마냥 미루고 늘 버거웠던 인도 여행, 이번 기회에 패키지를 통해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일정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겼다. 힐링을 전하는 고급스러운 여행, 인도에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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