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온천의 진수 맛볼 수 있는 日, 남녀혼탕의 색다름이 있는 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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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여행의 필수코스 ‘온천욕’

휴양(休養). 실버세대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휴양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활동을 정지하고 피로 등 신체의 소모 상태로부터 회복하여 기력을 복원하는 것이다. 휴양에는 소극적 휴양과 적극적 휴양이 있는데, 전자는 주로 수면, 휴식을 의미하고 후자는 기분전환, 레크리에이션 등을 포함한다. 육체적 피로에는 주로 전자가, 정신적 피로에는 주로 후자가 각각 효과적인데 뜨끈뜨끈한 온천욕은 양쪽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최고의 호사다.

세계인이 즐기는 온천

온천이란 지하수 수온이 그 지역의 연평균기온이나 얕은 지층의 지하수 수온보다 높은 경우를 말한다. 이보다 온도가 낮지만 몸에 좋은 성분이 있으면 ‘냉천’이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섭씨 25도이상, 유럽은 20도 이상, 미국에서는 21.1도(화씨 70도) 이상을 온천이라 부른다.

온천욕은 전 세계인이 즐긴다. 서양에서는 그리스인이 최초로 온천욕을 즐겼고 치료 목적으로 온천욕의 효과를 발견한 사람은 히포크라테스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온천을 이용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온천의 발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전쟁이다. 정복전쟁으로 지친 로마 군인들은 각 지역에 건설된 온천시설에서 휴식을 취했고, 십자군 원정에 나선 유럽인들은 서아시아권의 온천문화를 받아들였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유럽과 미국의 온천 개발을 촉진시켰다. 일부 국가에서는 치료 목적의 온천욕을 의료보험을 통해 지원하기도 한다.

강행군 즐기는 실버여행은 일정 중간에 온천욕이 필수

“한시도 머물러 있는 것을 싫어하세요. 계속 돌아다니셔야 만족 하십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실버 세대의 여행자들의 특징이다. 해외여행길에 나선 실버세대는 젊은 배낭족 뺨칠 정도로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신체의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빡빡하고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여행 도중이나 집에 돌아온 이후 반드시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실버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정 중간이나 마무리 단계에 온천욕이 가능한 일정인지 반드시 체크해보자. 늦가을이나 겨울에 떠나는 여행이라면 아예 온천이 유명한 지역을 목적지로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 온천문화

세계 각국의 온천들은 지역별로 조금씩 특성과 이용방법이 다르지만 ‘위생과 안전’은 만국이 공통이다. 온천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몸을 깨끗하게 씻어야 하며, 음주 후에는 온천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실내에 있는 유황온천은 환기가 잘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30분 이상의 오랜 입욕도 좋지 않다. 호흡이 가빠지거나 어지러움이 느껴지면 즉시 입욕을 중지하고 주변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일본에는 3000여 개의 온천이 있으며 ‘온천 소믈리에’라는 전문가가 있을 정도로 온천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다양한 규모와 형태를 가진 온천이 있지만 역시 일본 온천의 진수를 느끼려면 료칸에 숙박하는 것이 좋다. 일본 전통 접객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료칸은 보통 저녁식사와 다음 날 아침식사가 포함된다. 정갈한 한상 차림의 전통 가이세키 요리는 맛은 물론이고 시각적으로도 화려하고 아름다워 료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료칸에 투숙했다면 저녁식사 전, 취침 전, 이른 아침 3차례에 걸쳐 입욕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온천 이용 방법은 우리나라 목욕탕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입욕 전 몸을 씻는 것은 기본이고 가지고 간 수건을 탕에 넣으면 안 된다. 온천욕을 마친 뒤 비누로 몸을 씻어내지 않고 그대로 말리는 것을 추천하는 곳이 많다. 온천물의 성분이 비누에 씻겨 나가면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료칸과 온천호텔, 온천마을 내에서는 유카타를 입고 돌아다녀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

일본 료칸은 남탕과 여탕의 위치를 매일 바꾸는 곳이 많으므로 입욕 전 체크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는 남녀 혼탕도 남아 있다. 남녀 혼탕에서 모르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행위는 어느 나라에서나 당연히 실례다. 노천탕 바닥이 미끄럽거나 마감이 거친 경우도 있어 탕에 들어갈 때는 바닥 상태를 잘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온천 소믈리에들은 온천욕을 하기 전 물을 충분히 마실 것을 권한다. 입욕 전 물을 마시면 온천에서 땀을 흘리는 동안 몸속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 온천과 료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일본국제관광여관연맹 웹사이트(www.ryokan.or.jp)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독일의 바덴바덴 역시 유명한 온천지역이다. 대표적인 온천으로는 프리드리히 온천과 카라칼라 온천이 있다. 독일의 온천은 남녀 혼탕이 특징이다. 프리드리히 온천의 경우 옷을 완전히 벗고 들어가야 한다. 가장 유명한 로마식 온천 카라칼라의 경우 다양한 풀이 있는 1층은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지만 2층은 프리드리히 온천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탈의 후 입장이 가능하다. 증기식 사우나, 삼림욕 등을 즐기거나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사람이 많다. 개인용 수건을 지참해 몸을 가리거나 자리를 잡고 앉을 경우에 쓸 수 있으니 혼탕이라고 거부감 갖지 말 것! 일본과 마찬가지로 물속에 수건을 집어넣는 행위는 금물이다. 온천을 즐기는 중 허기가 진다면 간단한 소시지나 맥주로 요기를 할 수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최근에 새롭게 주목받는 온천여행지다. 헝가리 전 지역에 1000여 개, 부다페스트에만 100개가 넘는 온천이 있다. 그중 세체니 온천은 부다페스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네오바로크양식의 건물 내부에 12개의 온천탕과 10개의 사우나가 있고 건물 외부에는 2개의 노천탕과 수영장이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파란 하늘과 수영장 사이로 우뚝 선 노란색 건물의 조화가 무척 아름답다. 부다페스트 대중 온천에 가려면 수영복, 수영모, 슬리퍼, 비누, 수건 등을 챙겨 가야 한다. 12월 31일 등 특별한 날에는 이례적으로 노천탕에 들어가 와인이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스위스에도 온천이 많다. 바덴, 로이커바트 등이 유명하다. 로이커바트는 걸어서 30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하루에만 3900만 L의 온천물이 솟아나고 30여 개의 온천이 밀집된 온천마을이다. 고대부터 로마인들이 온천을 즐기기 위해 찾았으며 이후로도 괴테, 마크 트웨인, 레닌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은 온천 명소다. 아름다운 알프스의 자연을 배경으로 즐기는 온천욕의 즐거움은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이다. 수영복을 지참해야 하며 온천탕을 보유한 호텔을 미리 알아보고 투숙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린드너 호텔이 있다. 린드너 호텔의 체크인 시각은 4시. 미리 도착한 투숙객에게는 온천을 개방한다.

대만은 100여 곳의 온천지역을 거느린 온천 강국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타이베이 도심에서 50분 거리의 신베이터우에 자리 잡은 베이터우 온천마을이다. 얼마 전 종영한 ‘꽃보다 할배’에 등장해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베이터우 온천의 발원지는 지열곡이다. 땅속에서 끓어오르는 유황 냄새와 뜨거운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마치 지옥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베이터우 온천은 대만의 대표적인 탕치 온천으로 유명하다. 유황석에서 뿜어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병을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온천 에티켓은 세계의 다른 온천들과 동일한데 몇 가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 있다. 입실 전 모발을 잘 고정시켜야 한다. 베이터우 온천은 탕 내에서 때를 미는 등의 행위는 절대 불가하다. 저렴한 노천탕에서부터 매우 고급스러운 온천호텔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것이 베이터우 온천마을의 장점이다.

▼ 고혈압·당뇨… 온천수 성분따라 효능 다양 ▼
성분에 따른 온천수의 종류는?


온천을 분류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성분이다. 함유된 성분에 따라 그 효능과 이용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단순천은 함유된 성분이 묽은 온천으로서 가장 흔한 온천이지만 만병통치가 가능하다고 전해진다. 탄산천은 녹아 있는 탄산가스가 방울이 되어 몸에 달라붙으며 피부, 점막 등의 모세혈관과 가는 소동맥을 확장시키는 작용으로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혈압을 내리게 한다. 갱년기장애, 불임증, 류머티즘에 좋고, 음용하면 마치 사이다나 맥주와 같은 청량음료 느낌이 든다. 위장의 점막 혈관을 확장시켜 위장 운동을 촉진시키므로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마그네슘)천은 칼슘이온, 마그네슘이온의 진정작용으로 경련을 멈추게 하며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알레르기 질환, 만성 피부병, 두드러기에 효능을 보이며 음료로 사용하면 이뇨작용으로 고요산증 요산결석, 방광염에 유효하다. 당뇨병과 만성 위장병에도 좋다고 한다.

식염천 및 해수천은 입욕 후 피부에 붙은 소금기가 땀의 증발을 방지하는 특징이 있다. 근육통, 관절염, 류머티즘, 수족의 냉증, 전신을 떠는 병, 관절을 삐었을 때뿐만 아니라 불임증, 여성질환 등에 좋으며, 병후 회복에도 좋다. 그리고 음용하면 위장의 기능이 살아난다.

황산 염천에는 만성변비, 비만증을 비롯하여 고혈압과 동맥경화 증상에 좋으며, 철분이 녹아 있는 철천은 빈혈과 갱년기 질환에 효능을 보인다.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유황천은 피부의 각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각종 피부질환에 효과가 좋다. 산성천은 강력한 항균력으로 무좀에 효과가 있으며, 라돈 등 방사능계 온천은 신경통, 류머티즘 등에 유효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가장 뜨는 온천 여행지는 중국

전통적으로 온천여행은 일본이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중국도 일본 못지않은 온천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넓은 지역에 걸친 다채로운 매력을 갖고 있는 중국은, 온천 역시 천(千)의 매력을 자랑한다. 다양한 테마 중 취향에 맞는 곳을 선택해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은 중국 온천여행만이 갖는 장점이다. 하나투어는 쿤밍(昆明), 백두산, 장자제(張家界), 칭다오(靑島), 주하이(珠海) 등의 지역을 중국 온천여행의 최적지로 꼽았다.

사시사철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쿤밍은 힐링을 목적으로 다녀오기 좋다. 특히 ‘쿤밍 백련 스파’는 중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곳으로, 일본식 노천온탕과 최고의 스파시설을 갖추고 있는 고급 온천이다. 온천수에 생화를 이용하여 피부미용에 특히 좋으며, 불소와 규산 등 인체에 유용한 광물질 원소로 피부병과 관절염, 위장병 등에도 효능을 발휘한다. 유네스코에도 등재되어 있는 ‘대소석림’을 비롯하여 ‘서산용문’, ‘구향동굴’ 등의 관광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어 눈도 즐겁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백두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은 감회가 새롭다. ‘취룡온천’은 백두산 북파산문 근처에 위치한 5성급 란경온천호텔 내 유황온천으로, 치료 성분이 많아 건강과 피부에 특히 좋다. 북파코스를 통해 천지도 감상할 수 있다.

중국 명산 여행지로 가장 인기가 많은 장자제에서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장자제 자용만 온천’은 특히 수질이 옥빛처럼 맑기로 유명하다. 고온 복합 온천으로 혈액순환 및 신경계통의 만성질병에 특효를 보이고 있어 ‘신의 성수’, ‘성스러운 샘’이라고도 불린다. ‘톈쯔(天子)산 자연보호구’, ‘위안자제(袁家界) 풍경구’, ‘황룡동굴’ 등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칭다오는 고풍스러운 과거의 매력과 모던한 느낌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도시다. ‘칭다오 해천만 온천’은 지모(卽墨) 시의 해수온천 자원을 이용하여 온천과 칭다오 해양문화와 결합시킨 고급 온천 워터파크로서, 인공파도와 인공 동굴, 수중 미끄럼틀 등 다양한 현대 테마시설이 존재하는 최고의 휴양 온천이다. 인체에 유익한 미량원소와 광물질이 풍부하며, 중국의 영산이라 불리는 ‘라오(Z) 산-북구수풍경구’와 ‘칭다오맥주박물관’ 등 칭다오의 유명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홍콩을 여행하면서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홍콩에서 가까운 중국 광둥성의 주하이에서 온천을 즐기는 것이다. 광둥성 지역에서 최고,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어온천’은 일본식 노천탕으로 허브탕, 꽃탕, 커피탕 등 다양한 온천탕을 구비하고 있으며, 입장객에게는 무제한의 전통차, 음료, 샌드위치 등이 제공된다. 홍콩·마카오 등을 방문하는 여행상품을 통해 홍콩 관광과 함께 온천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김영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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