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악순환에 빠진 것 같다. 불쌍한 납세자들은 한 거대 정당의 정치인들에게 약탈당하고, 다른 거대 정당의 정치인들에게 속은 다음, 프리랜서 불량배 집단, 즉 무소속 후보나 진보주의자나 개혁가 등에게 표를 던진다. 사실 명칭은 중요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 후 이 신사들에게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약탈당한 납세자들은 절망하여 노회한 정치꾼에게 돌아가고, 또다시 뜯긴다.”
우리의 현실에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이 글은 90년 전에 미국 정치를 풍자한 미국 명칼럼니스트가 남긴 ‘정치인’이라는 글이다. 미국 볼티모어 지역 신문기자로 출발해 언론인으로선 최초로 뉴스위크 표지모델이 될 만큼 미국인의 사랑을 담뿍 받은 헨리 루이스 멩켄(1880∼1956)이다. 그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열여덟 나이에 신문기자가 돼 볼티모어헤럴드와 볼티모어선의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이사를 역임하며 전국적 지명도를 지닌 미국 언론의 총아로 활약했다.
이 책은 그가 1919∼1927년 여섯 차례에 걸쳐 개정 출간한 동명의 인기 에세이집에서 미국 문화와 미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글들을 선별해 번역했다.
멩켄은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자처하면서도 미국 주류사회의 시대착오적 보수풍조에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고, 진보주의자들의 유아적 망상에 거침없이 야유를 퍼붓는다. 그 풍자의 수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우상파괴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삼류인간들의 연방국가이다. 이곳에서는 문화 정보 취미 판단력 능력의 전반적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남들보다 두각을 나타내기 쉽다. …물론 삼류인간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하지만 삼류인간이 국가를 완전히 장악하고 국가의 표준을 세우는 나라는 세상 천하에 미국밖에 없다.”
특히 월트 휘트먼의 시집 ‘풀잎’이 외설적이란 이유로 하급 공무원이던 휘트먼을 해고한 링컨 행정부의 내무장관 제임스 핼런을 언급하며 “1865년 어느 날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과 최악의 꼴통을 한 장소에 있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드리자”고 할 때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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