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역시 저렴이 패션… ‘고무줄 바지’ 다시 유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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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업계 ‘침체탈출 구세주’ 기대

소비 불황 속에서 고무줄 바지가 뜨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1만∼3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디자인을 앞세운 고무줄 바지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현대홈쇼핑 제공
소비 불황 속에서 고무줄 바지가 뜨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1만∼3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디자인을 앞세운 고무줄 바지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현대홈쇼핑 제공
번역전문업체에서 일하는 이모 씨(35·여)는 요즘 출근할 때 고무줄 바지를 즐겨 입는다. 가족들은 “그래도 회사에 일하러 가는 건데 너무 자유분방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 씨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값이 싸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여러 개 사서 입을 수 있어 좋다”며 “요일마다 옷을 바꿔 입고 출근했더니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 ‘패션에 신경 많이 쓰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고무줄 바지’를 입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가격이 싸고, 입기에도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고무줄 바지를 찾는 여성들이 늘면서 관련 업체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무줄 바지가 침체된 여성 패션업계에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인터넷 쇼핑몰 ‘신세계몰’에서는 고무줄 바지가 9월 트렌드패션 분야 매출의 무려 64%를 차지했다. 고무줄 바지의 선전에 힘입어 신세계몰의 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 늘어났다.

현대홈쇼핑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선보인 ‘로사 더블유(W) 코르셋 밴딩 팬츠 3종 세트’는 9월 6일 첫 방송에서만 3억 원어치가 팔렸다. 9월 한 달 동안의 누적 판매량은 2만여 세트에 이른다. 오픈마켓 11번가의 7∼9월 고무줄 바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늘었다.

예전에는 고무줄 바지 하면 여성들이 일할 때나 집에서 편하게 입는 소위 ‘몸뻬’(일할 때 입기 좋게 품이 넓고 탄력이 좋은 바지로 일본에서 들어온 옷)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패션성을 겸비한 슬림핏 고무줄 바지는 물론 ‘트랙 팬츠’(품이 넓은 운동복 스타일의 바지)나 ‘제깅스’(청바지를 뜻하는 ‘진’과 ‘레깅스’를 합친 말), ‘밴딩 데님’(허리가 고무줄로 된 청바지) 등의 제품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고무줄 바지는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편안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레깅스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G마켓에서 팔고 있는 밴딩 데님의 9월 한 달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 뛰었다. 반면 일반 레깅스의 판매량은 20% 떨어졌다. G마켓 관계자는 “고무줄 바지는 레깅스에 비해 디자인이 다양하고 외출용으로 입기에 적합해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고무줄 바지의 인기 요인이 ‘립스틱 효과’에 있다고 해석한다. 립스틱 효과란 불황기에는 립스틱처럼 가격은 싸지만 작은 변화를 주기 좋은 화장품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장미정 신세계몰 트렌드 패션담당자는 “올해 여성 의류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고무줄 바지가 인기를 끄는 것은 1만∼3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 덕분”이라며 “구매 고객의 절반이 같은 종류에 무늬만 다른 제품을 여러 벌 구매해 매출 성장 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현대홈쇼핑#고무줄 바지#립스틱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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