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시간]아빠도 시멘트 담장도 7년전과 변함없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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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 그대로인 우리집 앞 골목길, 정도 기쁨도 넘쳐요

충주에 있는 우리 동네는 오래된 기와집과 풍경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정겨운 곳입니다. 동네에는 앵두나무와 뽕나무, 감나무 등 유실수가 가득합니다. 보도블록 사이로 봄이면 민들레와 제비꽃, 애기똥풀이 환하게 핀답니다.

저희 가족은 13년 전 이사 와 지금도 행복하고 소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 골목은 그동안 변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그대로고요.

큰아이 영우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골목길 덩굴장미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영우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덩굴장미가 있던 그곳엔 지금 금낭화가 무더기로 피어 있더군요. 아래 사진은 남편과 둘째 지우가 함께 찍은 것입니다. 당시 세 살이던 지우는 지금 열 살,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지우는 지금도 역시 과자를 좋아하고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곤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개미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남편은 지금도 17년 된 니트를 입을 정도로 옷이나 신발을 오래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지우랑 다시 사진을 찍을 때 예전 옷과 신발로 옛날 분위기를 내 보았습니다. 우리 동네는 거의 변하지 않는 편이라서 10년 후에도 똑같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어볼 생각입니다. 영우가 일찍 결혼을 한다면 한결 더 재미있고 사연이 많이 담긴 사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 참, 최근 사진의 영우가 손에 쥔 것은 예전부터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기를 담는 주머니랍니다. 요즘 사람들은 모두 새것을 사려고만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래된 것들이 색다른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래된 물건을 쓰는 것은 지구 환경을 살리는 또 하나의 길일 수도 있습니다.

“영우야, 지우야! 너희들의 꿈을 위해 파이팅! 그리고 김자기(남편의 애칭, 참고로 저의 애칭은 박자기) 고맙고 사랑해요.”

박인자 씨(충북 충주시)   

추억의 사진을 보내주세요

※동아일보의 레저·아웃도어 섹션 ‘Let's’가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코너를 연재합니다. 예전에 사진을 찍었던 추억의 장소에서 최근 다시 찍은 사진과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께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저희가 준비한 선물은 프랑스 럭셔리 주방용품 브랜드 ‘르크루제’의 20cm 원형무쇠주물냄비(소비자가 34만8000원)입니다. 사진과 사연은 mikemoon@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Let's’ 신문 지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시는 분께는 가산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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