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지원시스템에 세제 혜택까지… 할리우드도 단골 이용 ‘시네마 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일 03시 00분


■ 세계 最古 유럽 最大 촬영소 독일 바벨스베르크에 가다

독일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 위치한 바벨스베르크 촬영소의 영화 테마파크. 촬영소는 영화학교와 테마파크까지 갖춰 독일 영화의 심장으로 불린다. 바벨스베르크 제공
독일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 위치한 바벨스베르크 촬영소의 영화 테마파크. 촬영소는 영화학교와 테마파크까지 갖춰 독일 영화의 심장으로 불린다. 바벨스베르크 제공
톰 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키리’, 200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피아니스트’,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매트릭스’. 이 영화들은 모두 독일 베를린 근교 포츠담의 바벨스베르크 촬영소에서 찍은 작품이다. 바벨스베르크는 1911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유럽 최대 규모의 촬영소. ‘유럽 영화의 허브’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할리우드 영화도 수십 편이 만들어졌다.

촬영소는 16만 m²의 터에 실내 스튜디오 20개와 옛 베를린 시가지 모습을 재현한 옥외 세트 등을 갖추고 있다. 50만 L의 물을 담을 수 있는 4m 깊이의 독일 최대 물탱크에서는 수중촬영이 이루어진다. 영화학교와 영화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도 있다.

최근 방문한 바벨스베르크에서는 할리우드 ‘빅 무비’ 유치의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이다. 촬영소는 미술, 의상, 조명, 카메라팀 등 모든 지원 요건을 갖춰 외부 지원 없이 제작이 가능하다. 할리우드에도 한 촬영소에서 모든 지원 요소를 갖춘 경우는 없다. 촬영소 홍보담당인 에이케 울프 씨는 “돈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이곳에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의 미술팀은 30, 40년 넘게 근무한 직원들의 높은 기술 수준으로 제작진을 매료시키고 있다. 기자가 찾은 미술팀에서는 나무와 화학약품을 활용해 대리석의 느낌이 나는 고대 로마시대 신전을 만들고 있었다.

독일에서 지출한 제작비의 16∼18%까지 세금을 환급해 주는 제도도 큰 유인책이다. 재원은 2007년 설립된 독일영화진흥기금(DFFF)이다. 최근 이곳에서 찍은 배두나 주연의 ‘클라우드 아틀라스’(제작비 약 1300억 원)는 1000만 유로(약 142억 원)를 환급받았다.

바벨스베르크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추진 중인 ‘아시아종합촬영소’(가칭 기장촬영소)의 모델이 될 만하다. 영진위는 경기 남양주촬영소를 매각하고 2016년까지 1906억 원을 들여 부산 기장군 달음산 일원에 촬영소를 지을 계획이다. 바벨스베르크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인 33만580m²의 터에 대형 실내 스튜디오 5개동, 옥외 세트, 디지털후반작업기지(영상기술 연구개발 및 후반작업) 등이 들어선다. 바벨스베르크와 같은 시스템과 세제혜택 등을 갖춘다면 날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영화를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까지 유치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지며 해외촬영이 잦아진 한국영화를 위해서도 기장촬영소가 수준 높은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설국열차’를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봉준호 감독은 “만약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대형 스튜디오가 있었다면 굳이 해외촬영을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남양주촬영소가 한국영화의 도약을 이끌었다면 기장촬영소는 글로벌 시대를 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외국 영화를 유치하기 위해 도로 연결망 확충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포츠담=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바벨스베르크#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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