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분간의 절창… 한편의 콘서트 즐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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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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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 부녀의 가슴 따뜻한 상봉기… 뮤지컬 ‘브루클린’ ★★★★

미치도록 힘든 시간 속에서도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이야기하는 뮤지컬 ‘브루클린’.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미치도록 힘든 시간 속에서도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이야기하는 뮤지컬 ‘브루클린’.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극장이 어두워지는 대신 빵빵대는 자동차 경적, 덜컹이며 달려가는 지하철 소리 같은 도시의 소음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객석 출입구를 통해 등장하면서 관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악수를 하면서 친근하고 활달하게 인사를 건넨다. 극에서 이들은 오후 8시 공연을 준비하는 길거리 극단. 뮤지컬 ‘브루클린’은 관객을 능동적 참여자로 순식간에 극 속으로 끌어당긴다.

연출 겸 각색을 맡은 김태형은 ‘미국 브루클린 다리 아래에서 맨해튼의 마천루를 바라보는 길거리 가수들의 이야기’를 한국 배우들이 어느 공원에서 공연하는 형식으로 바꿨다. 극 중 인물도 이렇게 말한다. “뮤지컬 청계광장, 뮤지컬 탑골공원은 좀 그렇잖아? 하지만 뮤지컬 브루클린이라고 하면 다들 좋아한다고요!”

출연 배우의 실명을 배역의 이름으로 그대로 써서 거리 가수 은미, 영미, 주광, 형균, 정화가 극중극을 들려준다. 얼굴도 모르는 아빠를 찾기 위해 미국 브루클린의 뒷골목에서 노래하는 프랑스 아가씨 ‘브루클린’의 이야기를.

베트남 참전군인 테일러(조형균)는 프랑스 파리의 무용수 페이스(소정화)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테일러는 아이가 생긴 것도 모른 채 미국으로 돌아가 버리고, 페이스는 브루클린(박은미)을 홀로 키우며 테일러를 기다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엄마를 잃은 브루클린은 아버지를 찾으러 간 미국에서 엄마가 들려주던 미완성 자장가를 부르는 한 남자를 만난다. 초라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아버지와 “때론 우리 눈물로 장미에 물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속 깊은 딸은 결국 따스하게 포옹한다.

이 작품은 펑크, 하드록, 팝, 가스펠, R&B까지 다채로운 음악의 성찬을 펼쳐놓는다. 안정된 가창력을 갖춘 배우들의 노래는 천장을 부술 것처럼 시원시원하고 강렬하다. 특히 브루클린의 라이벌 가수로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파라다이스(이영미)의 ‘슈퍼 러버’는 폭발적이다. 110분의 공연이 끝나면 한 편의 콘서트를 감상한 듯하다.

“당신은 해피엔딩을 믿나요?” 뮤지컬 ‘브루클린’의 프로그램북 첫 장을 넘기면 검은 바탕에 이런 단 한 문장이 적혀 있다. 팍팍한 하루, 성질 고약한 상사의 목소리는 한 손에 구겨 주머니에 넣고, 극장 의자에 기댄 순간, ‘해피엔딩’이라는 단어는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극이 끝나면 훈훈한 온기가 마음속에서 차오른다. 어딘가에 있을 해피엔딩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어깨를 도닥여 주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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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이자 작곡가인 마크 쇤펠드의 실화를 기초로 했다. 브루클린으로 난아, 파라다이스로 김경선이 번갈아 출연한다. 2월 24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4만∼6만 원. 02-2230-6601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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