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갯벌 숨구멍서 캐내는 꿈 꿈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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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아들이 여섯 살이었던 1993년 겨울, 전북 부안의 격포 바닷가로 가족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물이 빠진 바닷가를 둘러보던 아들이 갯벌 한가운데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갯벌에 무수하게 나 있는 숨구멍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인 아들, 아들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아내, 그리고 저는 카메라를 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언제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입니다.

2000년 겨울 다시 같은 곳을 찾았을 때 문득 그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셔터를 눌렀습니다. 아마 아들이 얼마나 컸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듯싶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니 부쩍 커버린 아들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지금 아들은 대학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남들 다 겪는 사춘기 한번 없이 항상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줘 고마울 뿐입니다.

황의철 씨(전북 전주시 덕진구)
#갯벌#숨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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