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심청-춘향전 캐릭터들의 유쾌한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창작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

여백의 미를 살린 무대가 돋보인 창작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컴퍼니다 제공
여백의 미를 살린 무대가 돋보인 창작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컴퍼니다 제공
2002년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 출발해 올해 5년 만의 서울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박새봄 작·최성신 연출)는 아무래도 제목을 바꾸면 좋겠다. 전통 양식의 장점을 잘 살려내면서도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수작인데, 제목이 너무 고답적이다.

이번 공연은 처음으로 중극장인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로 옮기면서 대폭 손을 봤다. 김준범, 김아람 작곡가에게 맡겨 뮤지컬 넘버들을 모두 바꿨고 10인조 밴드가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에 가야금 해금 아쟁 대금 북을 무대 위에서 연주해 음악이 일단 풍성한 느낌이다. 커진 무대를 채우지 않고 여백의 미를 자연스럽게 살려낸 무대도 예쁘다.

심청전과 춘향전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기존 춘향전의 이야기에서 춘향의 아버지가 심봉사라는 설정과 몽룡이 장원급제하지만 두 사람이 이승에서 해피엔딩을 이루지 못한다는 결말 부분이 차이가 있을 뿐 줄거리는 새로울 게 없다.

그 대신 이야기를 합치면서 개성 넘치는 조연이 많아진 게 극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심청전의 심봉사와 뺑덕어멈, 춘향전의 방자와 변학도가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캐릭터로 태어났다. 심봉사는 춘향을 변학도 후처로 앉히고 싶어 하는 철없는 노인네로, 뺑덕어멈은 요염미를 뽐내는 술집 마담 뺑마담, 방자는 춘향과 몽룡의 연애를 돕는 센스 넘치는 조력자로, 변학도는 춘향을 통해 나이 들면서 식어버린 열정을 되찾으려는 중년 남성으로 탈바꿈한다.

북, 장구를 치고 각종 음향 도구로 흥을 돋우는 고수(鼓手), 극중 해설가의 역할을 하는 도창(導唱)은 극의 고전적인 양식을 든든히 받친다. 고수는 동아콩쿠르 판소리 부문 학생부 금상 수상자로 국악방송 MC인 이상화 씨가, 도창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이수자이며 민요집도 내고 흥부가 완창 경력도 있는 정상희 씨가 맡았다.

해학적인 옛 어투의 대사는 듣는 맛이 있다. 달이 뜨면 물레방앗간에서 만나기로 춘향과 약속하고 몽룡이 집에서 달뜨기를 기다리는 대목. “방자야 해 넘어갔니?” “감나무 가지에 딱 걸렸소!” “방자 잘 듣거라. 실한 도끼 가져다가 빌어먹을 그 감나무 당장 찍어 내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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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까지. 3만5000∼5만 원. 070-8612-8380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뮤지컬#인당수 사랑가#심청전#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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