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쌀쌀하다… 재즈를 입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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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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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노랑. 은행잎의 떨림에는 빛깔이 없다. 트랙 #33 Cannonball Adderley ‘Autumn Leaves’(1958년)

QR코드로 링크된 음악을 틀어놓고 10분 59초 동안 눈을 감았다 뜨면 몸이 따뜻해지리라. 동아일보DB
QR코드로 링크된 음악을 틀어놓고 10분 59초 동안 눈을 감았다 뜨면 몸이 따뜻해지리라. 동아일보DB
10일 오후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길을 노랗게 물들였다. 예쁘고 서글펐다. 사람도 많았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은행잎의 ‘죽음’ 앞에 서 ‘인증샷’을 찍었다. 친한 형 J는 어제 서울 양재역 이마트에 갔다. 어떤 브랜드의 발열내의를 반값에 판다고 해서 줄을 섰는데 사람이 하도 많아서 들고 나오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백화점에서는 100만 원이 넘는 캐나다산 패딩 점퍼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했다. 9900원짜리 발열내의와 100만 원짜리 패딩 점퍼 중 날 따뜻하게 해줄 것은 어느 쪽일까를 생각했다. 캐럴이 들려왔다. 아주 오래전 이맘때쯤 ‘그분’이 오셨다지만 여전히 세상은 어둡고 사람들 눈가는 축축하다. 차가운 비가 차라리 눈으로 바뀌길 바랐다. 역시 ‘노벰버 레인’(건스 엔 로지스·1992년)이란 슬픈 걸까 하고 생각했다.

지난주에 본 연극 ‘오프닝 나이트’에서는 자신의 늙음을 인정하기 싫은 여배우가 술을 진탕 먹고 연극 첫날 공연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열성 팬인 10대 소녀가 면전에서 총 맞아 죽는 걸 본 뒤로 그 망령에 시달렸다. 늙고 죽는 게 두렵단 얘기였다.

재즈 색소포니스트 캐넌볼 애덜리의 명반 ‘섬신 엘스’(1958년)에 수록된 ‘오텀 리브스’는 재즈 버전 ‘고엽(枯葉)’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애덜리의 알토 색소폰과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의 조화가 그대로 가을이다. 쳇 베이커의 ‘쉬 워스 투 굿 투 미’(1974년)에도 알토 색소폰(폴 데스몬드)과 트럼펫(베이커)이 이끄는, 쓸쓸하지만 멋진 ‘오텀 리브스’가 담겨 있다.

2000년 된 ‘겨울의 전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세상을 구원하려 했다고 했다. 삶과 죽음을 만든 이와 다름없는 그분도 죽음이 두려워 동산에 올라 눈물로 기도했다고 했다. 은행잎의 떨림에는 빛깔이 없다. 바람이 분다. 옹기종기 모여 달렸지만 죽음은 각자의 몫이다. 그래도 낙하의 두려움은 아니다. 외로움의 진폭이다. 그렇게 믿는다. 적어도 오늘밤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재즈#가을#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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