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쥐락펴락 숨은 실력자 누구?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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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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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시청자게시판’

시청자 게시판은 양면성이 있는 공간이다. 지나친 비방글이 게시판을 메울 때도 있지만 때로 촌철살인의 비판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무릎을 치게 한다. MBC 홈페이지 캡처
시청자 게시판은 양면성이 있는 공간이다. 지나친 비방글이 게시판을 메울 때도 있지만 때로 촌철살인의 비판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무릎을 치게 한다. MBC 홈페이지 캡처
7일 첫 회를 방영하는 MBC 수목드라마 ‘보고 싶다’의 시청자 게시판.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신고에 의해 삭제된 게시물입니다’라는 표시가 즐비했다. 최근 이 드라마의 ‘예비’ 시청자들은 “여주인공인 탤런트 장미인애가 노출화보를 찍은 적이 있어 지상파 TV의 멜로드라마에 맞지 않는다”며 ‘하차’를 요구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심한 욕설을 담은 비방 글들은 삭제됐다.

TV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양한 의견과 공격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주인공 배우가 속한 소속사의 경쟁 소속사가 비판적인 ‘안티’ 글을 의도적으로 올린다” “매번 글을 올리던 사람이 부모의 ID를 사용해 또 올린다” 등의 소문성 글도 많지만 게시판을 ‘점령한’ 시청자 각각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한편으로 이들 게시판은 제작진이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도 활용된다. 애정 어린 방송 리뷰를 꼼꼼하게 남겨주는 ‘착한’ 시청자도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방송이 끝난 뒤 게시판을 방문해 여론을 체크하기를 잊지 않는다.

○ 집단 토크쇼는 게시판이 성적표?

이들 게시판에는 대부분 방송 직후부터 출연진에 대한 평가가 즉각 올라온다. SBS 예능 토크쇼 ‘고쇼’ 게시판에는 “MC 고현정이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하고 게스트와 함께 웃기만 한다” “제발 ‘토크’에서 흐름 좀 끊지 마세요” “안 궁금한 이야기로 시간 너무 끈다” 등의 글이 많았다. SBS ‘강심장’ MBC ‘세바퀴’ 등 집단 토크쇼의 경우 게시판 글들이 MC와 게스트에 대한 ‘성적표’나 다름없다.

한 PD는 “진행이 매끄럽지 않거나 게스트의 활약이 부족하면 시청률이 낮기 마련”이라며 “MC의 경우 계약을 한 상태여서 즉각적으로 ‘자르기는’ 어렵지만 게스트는 평가가 나쁘면 다음 회에서 섭외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KBS ‘안녕하세요’는 악플러의 지나친 비방을 막기 위해 게시판을 비공개로 설정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강심장’ 박상혁 PD는 “게시판의 글 중에서 도움이 되는 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자막에 문법이 틀렸거나 뉘앙스가 잘못 전달된 경우 게시판에서 지적이 나오면 다음 방송에 바로 반영한다”면서 “게스트 추천이나 아이디어를 참고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 “그 출연자 좀 빼주세요”

시청자 게시판이 악플러에 의해 사실상 점령된 사례도 적지 않다.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 제작진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다미 역으로 캐스팅된 걸그룹 티아라의 함은정이 이른바 ‘티아라 왕따 사건’으로 게시판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자 결국 그를 하차시켰다. 종영한 KBS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에 출연했던 가수 겸 탤런트 강민경은 게시판에서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출연 분량이 줄었다.

대부분 외주 형태로 제작되는 드라마의 경우 게시판을 중심으로 비판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시청 거부 움직임이 커지면 시청률 하락을 넘어 협찬 수입 감소 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영훈 다섯손가락 PD는 “시청자 게시판 의견이 드라마 전체 줄거리를 좌지우지하진 않지만 작가들은 꼼꼼하게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 라디오 게시판은 제2의 PD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시판은 DJ와 청취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공간이다. “오빠, 근데 머리 크기가 자라면 자동으로 머리카락도 넓어지나요. 이마가 넓어지나여?ㅋ” 등 DJ와 관련한 시시콜콜한 짧은 글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PD와 DJ는 방송 내내 게시판에 ‘새로고침(F5)’을 눌러 새 글을 확인하곤 한다. 이 중 재밌는 내용을 골라 프롬프터에 띄워 방송에 즉각 반영한다. 청취자의 반응에 따라 즉석에서 곡을 선택하고 코멘트를 바꾸기도 한다. SBS ‘두시탈출 컬투쇼’ 오지영 PD는 “방송 중 작가 3명과 PD 1명 등 4명이 실시간으로 청취자 게시판을 집중 체크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청자 게시판은 프로그램에 대한 소통의 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각 방송사 시청자 위원회에서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참고해 방송을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방송#프로그램#시청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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