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공연 ‘오프닝 나이트’ 연출가 이보 반 호프 “영화 만드는 시간 줄이려 연극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e메일 인터뷰

공연예술 분야의 ‘강소국’ 중 하나가 벨기에다. ‘컨템포러리’로 불리는 전위적 동시대공연의 선도적 인물 중 벨기에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벨기에 국민 중 60%가 네덜란드어, 40%가 프랑스어를 쓰며 벨기에 네덜란드어(플라망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 지역의 ‘플레미시(Flemish) 연극’은 영상과 마이크를 적극 활용한 일상적 실험극으로 통한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암스테르담 극단(토닐그룹 암스테르담)의 예술감독 이보 반 호프(54·사진)도 벨기에 플랑드르 출신이다. 기 카시에와 더불어 플레미시 연극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그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11월 1∼4일 LG아트센터에서 자신의 연출작을 선보인다. 본보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영화광이었다고 고백했다.

“20대에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당시 안트베르펜(플랑드르 최대 도시)의 한 영화관 앞에 살았는데 대부분 텅 비어 있던 그 영화관에서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지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데 걸리는 오랜 시간을 단축할 방법을 무대에서 찾게 됐다.”

그의 연출작 중 절반가량은 연극사가 아니라 영화사에 등장하는 비스콘티, 파솔리니, 파스빈더, 베리만 등 감독들의 작품을 무대화한 것이다. 이번에 공연하는 ‘오프닝 나이트’(2006년 작)는 미국 독립영화의 대부로 불린 존 카사베츠의 1977년 작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연극의 막을 올리기 직전 주연 여배우의 일상과, 그의 삶과 묘하게 겹쳐지는 연극 사이의 긴장을 다뤘다.

“오프닝 나이트는 영화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원래는 카사베츠의 다른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다가 오프닝 나이트의 스크립트를 보고 홀딱 반했다. 이 작품은 한 여성의 위기를 다루면서 동시에 연극계에 대한 중층의 텍스트로 읽힐 수 있는 매력적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프닝 나이트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카메라맨들이 실시간으로 찍은 영상이 동시에 비치면서 실연과 영상, 현실과 환상의 미묘한 간극을 그려낸다.

“내 연극 속 영상은 고대 그리스비극에 쓰인 가면과 같은 효과를 낸다. 실제 경험을 증폭시켜준다. 현대인들은 늘 미디어에 포착된 인격과 마주하고 산다. 내 연극은 우리의 그런 일상을 무대 언어로 구현한 것이다.”

그는 2009년엔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했다. 연극과 영상을 결합해온 그에게 연극과 영화 연출의 차이는 무엇일까.

“영화감독은 당신이 창조하는 세계의 신이다. 반면 연극에선 모든 사람의 자율성을 더 많이 보장한다. 영화가 가상체험에 가까워질수록 라이브 공연으로서의 연극은 몇 년 내 더욱 사랑받게 될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오프닝 나이트#이보 반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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