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제 독일 엄마가 안네조피 무터죠, 연습 덜하고 연주는 더 잘하래요”
동아일보
입력 2012-10-25 03:00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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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앨범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씨는 “안네조피 무터 재단 소속의 연주자라는 점은 나 자신을 더 빈틈없이 단련하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오늘 너의 영혼은 어떤 색깔이니?”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씨(24)에게 ‘독일 엄마’가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다. 매일매일이 똑같은 것 같지만 매번 달라지는 정신과 기분을 스스로 살펴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란다. 독일 뮌헨에서 그에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 주고받고 같이 영화를 보고 쉴 새 없이 수다를 떠는 그 엄마는 바로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49)다.
최 씨는 2004년 독일 라인가우 음악축제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이듬해 ‘안네조피 무터 서클 오브 프렌즈 재단’의 후원 대상으로 선발됐다. 무터는 그를 두고 “젊지만 정교한 연주를 들려주는 대단한 친구다. 매우 특별하기에 함께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한다.
1997년 무터가 설립한 이 재단은 실력 있는 현악 연주자들을 지원한다. 현재 지원 대상은 모두 6명이다. 그는 “무터는 엄마(독일어로 Mutter)처럼 모든 생활을 다 알고 싶어 한다. ‘밥 더 먹고, 잠도 더 많이 자라, 연습은 덜 하고 연주는 더 잘해라(웃음), 남자친구도 만들어라….’ 직접 연주를 지도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세심히 보살펴준다”고 말했다.
무터는 올해 최 씨에게 큰 선물을 선사했다. 무터의 도움으로 내년 상반기에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로 첫 앨범을 내게 된 것. 무터는 독일 DG 관계자에게 “최예은이라는 뛰어난 연주자가 있는데 앨범 녹음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독일 측에서 한국 유니버설에 연락했다. 레코딩 스케줄이 나오고 작업이 진행되던 중 한국 음반 시장의 불황으로 음반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를 들은 무터는 “한국 유니버설 측으로부터 정확한 내용을 직접 듣고 싶다”고 요청했고 상황 파악을 한 뒤 제작비 절반을 쾌척했다.
“음반 녹음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의 나라면 못할 것 같다고 했을 텐데, 무터의 응원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을 수 있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미 저보다 한참 앞서 걸어가셨으니까, 그분이 할 수 있다고 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씨는 이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교회에서 슈베르트, 멘델스존,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으로 녹음을 마쳤다. ‘동네 친구’인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가 추천해준 피아니스트 로버트 쿨렉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무터와 10회의 유럽 투어를 함께했던 그는 내년 6월 무터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한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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