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산둥 성 가오미 현의 자택에서 만난 모옌의 부인 두친란 씨가 활짝 웃고 있다. 가오미=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모옌 선생님이 노벨상을 타게 돼 매우 기뻐요. 세계가 이제 중국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14일 작가 모옌의 고향인 중국 산둥 성 가오미(高密) 현 주민들은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곳곳에 경축 현수막이 걸린 인구 86만 명의 소도시는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한 모옌의 부인 두친란(杜芹蘭·60) 씨도 아직 수상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두 씨는 “공식 발표(11일) 30분 전에 스웨덴 측에서 연락이 왔다”며 “정말이지 올해는 되기 힘들 줄 알았다”고 말했다.
모옌 부부는 가오미 현의 한 아파트에서 외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두 사람은 모옌의 등단(1981년) 전인 1979년 친구의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두 씨도 모옌이 군입대 전에 다니던 면화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1981년 남편이 책을 낸다며 필명을 ‘모옌’으로 짓겠다고 했다”며 “남편이 ‘말 대신 글로 나를 표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난 아직도 남편을 필명 대신 본명 관모예(管謨業)의 성만 따서 ‘관’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모옌 부부는 친한(親韓) 인사이기도 하다. 모옌은 수차례 한국을 방문해 문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두 씨도 2년 전 서울을 방문했다. 가오미 현의 모옌문학관에는 그를 소개한 동아일보 지면(2007년 10월 13일자)이 걸려 있다. 하루에 10여 명이 찾던 이곳은 모옌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200명 이상의 방문자로 붐비고 있다.
모옌의 생가가 있는 가오미 현 다란(大欄) 마을도 외지 손님으로 북적였다. 이곳엔 부친 관이판(管貽範·90) 옹이 살고 있다. 관 옹은 귀가 멀고 건강이 안 좋아 아들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홍까오량 가족’의 무대인 이곳은 옥수수 산지로 변했다.
모옌은 12일 저녁 가오미 현에서 2차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에 대한 일부의 비판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체제 순응적이라는 지적에 “노벨상은 정치상이 아니다. 인류적 관점에서 한 작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산당원이라서 노벨상에 부적절하다는 시각에 “프랑스 작가 장폴 사르트르, 옛 소련의 미하일 숄로호프도 공산당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년 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반체제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석방을 주장하기도 했다.
모옌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 관련해 남북 간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거론하며 “(댜오위다오) 분쟁지역에도 아무도 들어가지 말고 물고기만 살게 하자”고 제안했다. 모옌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 이후 외부와의 개별 접촉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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