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으로서의 글쓰기’ 주장해온 2012년 노벨문학상 中작가 모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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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 중퇴, 빈농의 아들… 척박한 대지의 삶 직설적 묘사로 명성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모옌(莫言·57)은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노벨상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 그가 2003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후지이 쇼조 도쿄대 교수가 노벨문학상에 대한 생각을 넌지시 물었다. 모옌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중국에서 ‘마이너’ 작가입니다. 중국에는 작가협회가 있는데, 그들에게 제 작품은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또 어떤 상을 받기 위해서 작품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소수파로 칭했던 모옌은 지난해 중국 작가회의 공동 부주석에 오르며 달라진 중국 내 위상을 보여줬다. 올해 그가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에 오르면서 중국 언론도 이를 앞다퉈 보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수상으로 모옌은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메이저’ 작가가 됐다.

모옌은 1955년 중국 산둥(山東) 성 가오미(高密) 현 둥베이(東北)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옷이 없는 여름이면 맨살갗이 새카맣게 되고, 겨울이면 바들바들 떨면서 자랐다”고 그는 회고했다.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후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집에서 농사를 도왔으며 면실유 공장에서 임시 공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1976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자 뛸듯이 기뻤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저처럼 농촌 출신으로 군대에 들어간 후 작가로 전업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배경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성인이 된 이후로는 계급투쟁도 줄어들었고, 개인의 자유도 신장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순수한 문학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모옌의 문학적 보고(寶庫)는 척박한 고향의 모습이다. 혹독한 가뭄, 극심한 홍수, 외세의 침략 등 혼란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원고지에 옮겼다. 대표작 ‘홍까오량 가족’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옮겨 1988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술의 나라’(1993년) ‘탄샹싱(檀香刑)’(2001년) ‘개구리’(2009년)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대부분 국내에도 출간됐다.

모옌은 농촌의 척박한 현실을 담은 작품을 주로 그리는데, 이것은 작가 자신이 농촌에 대한 경험을 풍부히 갖고 있는 데다 대학에서 기성 문학 교육을 받지 않은 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글쓰기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과 교수는 “모옌은 자신의 소설이 ‘민중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민중으로서의 글쓰기’라는 점을 자주 말한다”며 “과거 사회주의 시대에 작가들이 민중을 위한 글쓰기를 내세우면서 기실 지식인 작가의 눈으로 본 민중 세계를 그리면서, 민중 세계를 왜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인 ‘홍까오량 가족’(왼쪽)과 1980년대 중국 개혁 개방 전성기 때 농촌 마을과 관료 사회의 부패를 그린 걸작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한국어판 표지. 동아일보DB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인 ‘홍까오량 가족’(왼쪽)과 1980년대 중국 개혁 개방 전성기 때 농촌 마을과 관료 사회의 부패를 그린 걸작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한국어판 표지. 동아일보DB
모옌은 필명으로 ‘말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 그는 과묵한 성격이지만 책상 앞에 앉으면 달라진다. 장편소설 2권을 석 달 만에 써낼 정도로 입심 좋은 이야기꾼이다. 중국 작가로서는 특이하게도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을 잘 반영하는 소설가로도 꼽힌다. 1980년대 들어 봉쇄됐던 서방문학의 빗장이 풀려 마르케스를 비롯해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그는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百花齊放)”며 반겼다. 발 빠르게 서구문학과 조우한 것이다.

모옌은 2005년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처음 내한한 뒤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 2005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구려사와 관련한 질문에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한다”고 전제한 뒤 “내 생각에 고구려의 문화는 한국 문화가 분명하고, 차후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입장에 대해서는 “신사참배, 교과서 왜곡 등 일본 정부의 행위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갖고 있는 군국적 태도와 선량한 시민들의 태도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 모옌 연보

―1955년 중국 산둥 성 가오미 현 둥베이 출생
―1961년 소학교 입학
―1966년 학업 접고 농사일 도움
―1973년 면실유 공장에서 직공으로 근무
―1976년 인민해방군에 입대
―1978년 소설 창작 시작
―1981년 격월간 ‘롄츠(蓮池)’에 첫 단편 ‘봄밤 에 내리는 소나기’ 발표
―1984년 중편 ‘투명한 홍당무’ 발표
―1986년 해방군 예술학원 문학과 졸업, ‘인민 문학’지에 장편 ‘홍까오량 가족(紅高粱家族)’ 발표
―1988년 ‘홍까오량 가족’을 원작으로 한 영화 ‘붉은 수수밭’(장이머우 감독), 베를린영화 제 황금곰상 수상
―1989년 소설 ‘백구 그네 대’로 대만 롄허보 도상 수상
―1993년 장편 ‘술의 나라’, ‘풀을 먹는 가족’ 발표
―1997년 희곡 ‘패왕별희’ 발표
―2001년 장편 ‘탄샹싱(檀香刑)’ 발표
―2003년 장편 ‘사십일포’ 발표
―2006년 장편 ‘생사피로’ 발표
―2009년 장편 ‘개구리’ 발표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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