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부인의 ‘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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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한류팬 아키에 여사 “한국드라마 끊었다”
日자민당 총재 된 남편 입장에 “영향받았다” 시인

열렬한 ‘한류(韓流) 팬’으로 알려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의 부인 아키에(昭惠·사진) 여사가 최근 한국 드라마를 끊었다. 한일 관계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아키에 여사가 남편의 극우성향을 어느 정도 완화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키에 여사는 일본 주간지 ‘여성자신’ 최근호(10월 16일자) 인터뷰에서 “최근 한류 드라마는 시청하지 않고 있다. ‘겨울연가’를 본 뒤 한류가 좋아져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지금은 전혀 (공부를) 안 한다”고 말했다.

‘남편 아베 총재의 한국에 대한 입장이 영향을 끼쳤느냐’는 질문에 아키에 여사는 “그렇다. 한국에도 친한 친구가 있는데 곤란하게 됐다”고 답했다.

사교적인 성격으로 남편의 단점을 감싸줬던 아키에 여사의 성향으로 볼 때 이 같은 발언은 이례적이다. 아베 전 총리가 2006년 10월 방한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 아키에 여사는 서울 광희초교에서 한글로 된 교과서를 술술 읽어 화제가 됐다. 남편이 강한 일본 정책의 기조에 바탕을 둔 역사 인식을 드러내 한국과 불편한 관계였지만 아키에 여사가 완화해준 것이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남편과 달리 애주가인 아키에 여사는 남편을 대신해 각종 파티를 주재하고 다양한 모임에서 남편의 인맥 구축에도 도움을 줬다. 납치피해자 모임에도 참석하며 적극적인 내조를 했다.

‘용사마’ 배용준이 도쿄(東京)를 찾을 때면 그와 만나려고 일부러 같은 호텔에 묵을 정도였다. 아베 총재도 아키에 여사의 유별난 한국 사랑을 인정했다. 아베 총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아내가 드라마 ‘겨울연가’를 즐겨 보았고 주인공 배용준과 박용하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혀 왔다.

일각에선 ‘남편은 군사 재무장과 역사 인식에 있어 강한 일본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부인은 양국민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화전양면 작전을 펼친다’는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아베 총재는 영토 갈등을 기회로 한국과 중국을 비난하며 ‘강한 일본’을 외친 덕분에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아키에 여사의 최근 태도 변화는 남편을 총리로 만들기 위해 보수층에 호소한 액션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채널A 영상]“이제 안 봐”…‘팬심’ 넘치던 한류팬 아베 부인의 ‘변심’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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