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이 높디높다. 아침저녁이 다르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와 맑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도 지났다. 24절기 가운데 16번째인 추분이 엊그제. 추분을 넘어서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던가. 태풍 볼라벤과 덴빈, 산바를 이겨낸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 러시아 문호 푸시킨이 ‘허영 없는 예찬’을 보냈다는 가을을 맞아 부산 울산 경남에서 벌어지는 명품 축제를 즐겨보자. ‘비옥한 나의 골짜기에 펼쳐진 아름다운/ 황국의 가을이 보내준 희열…’이라고 한 어느 시구처럼. 포도송이처럼 다정하고 오붓하게, 허영 없는 가을을.》 ○ 부산〓국제영화제·갈맷길축제
가을 부산은 온통 축제의 바다다. 성년을 바라보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비롯해 150만 명이 운집하는 제8회 부산불꽃축제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색깔을 지닌 축제가 릴레이로 이어진다. 길을 걸으며 부산의 모든 것을 느껴볼 수 있는 제4회 갈맷길 축제도 있다.
부산은 역시 영화도시. BIFF는 아시아 영화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뿌리내렸다. 지난해 문을 연 BIFF전용관인 ‘영화의전당’은 아시아 영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은 이제 영화축제 도시를 넘어 영화산업 도시로 비상을 시작했다.
은막의 향연은 다음 달 4∼14일 펼쳐진다. 해운대 센텀시티 영화의전당과 중구 남포동 일대 상영관이 주무대. 75개국 303편의 영화가 홍수를 이룬다. 참여게스트 60개국 1만여 명, 관람객수는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총 11개 섹션으로 나눠 영화 마니아들과 일반관객, 어린이, 노인, 장애인까지 폭 넓게 영화상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상문화를 종합한 부산불꽃축제는 26, 27일 광안리해수욕장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다. 27일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거리공연과 불꽃음악회에 이어 화려한 멀티불꽃쇼가 부산 바다와 가을 밤하늘을 수놓는다. 12∼14일 송도해수욕장, 암남공원, 온천천, 나루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갈맷길 축제는 걸으면서 역사와 문화, 생태환경을 배운다. 바닷가를 걸으며 고운 최치원 선생을 만날 수 있고, 고산 윤선도 선생의 오우가에 얽힌 전설도 들을 수 있다. 6·25전쟁 피란시절의 애환도 곳곳에 스며있다.
○ 울산〓억새대축제·처용문화제
“명품 억새를 감상하며 산악축제에 빠져보세요.”
울산에서는 영남알프스 억새대축제가 10월 6∼28일 영남알프스 일원에서 열린다. 그동안 산만하게 열리던 축제를 한데 모았다. 가지산과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천황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명산에 펼쳐진 수십만 평의 억새평원을 배경으로 산악마라톤과 등산대회, 산상음악회, 하늘주막, 패러글라이딩대회, 종주대회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된다.
언양불고기축제는 다음 달 12∼14일 신불산 입구인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작천정 입구 주차장에서 열린다. 한우불고기특구인 언양과 봉계지역에서 생산된 맛있는 한우를 싼 가격에 맛 볼 수 있다. 울산 문화예술회관과 달동문화공원에서는 10월 4∼7일 처용문화제·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도 마련된다.
○ 경남=유등축제·가고파국화축제
천년고도 진주시에서는 물과 불의 축제가, 가고파의 고향 창원시 마산에서는 국화의 향연이, 경남 수부도시 창원에선 도심 페스티벌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대한민국 2년 연속 대표축제로 선정된 진주남강유등축제는 다음 달 1∼14일 남강 일원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이 기간 칠암동 경남예술회관 주변에서는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이 열려 관객과 스타들이 만나는 기회가 주어진다. 또 3∼10일엔 진주시 일원에서 국내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개천예술제가 개최된다. 진양호 인근 진주전통소싸움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소들의 결전도 흥미진진하다. 실크박람회, 진주전통공예인축제도 지역 특성을 살린 행사들이다.
창원시 마산항 제1부두 일원에서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리는 가고파국화축제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지 오래다. 주행사장에만 9만여 점이 출품된다. 국화 한 포기에서 무려 1400송이의 꽃을 피워 기네스북에 오른 진귀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국화축제가 서정적인 행사라면 창원시청 광장을 중심으로 10월 28, 29일 펼쳐지는 창원페스티벌은 역동적이다. 이 밖에 경남에서는 꽃길과 물길의 고장으로 유명한 하동 북천 코스모스 메밀축제가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진다. 또 창녕군 부곡온천에서는 19회 부곡온천제, 사천시 삼천포항에서는 수산물 축제. 사천비행장 주변에서는 제8회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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