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조화와 배려의 선율, 객석을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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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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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주미 강&벤 킴 듀오 콘서트 ★★★★★

23일 듀오 리사이틀에서 인상 깊은 연주를 들려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
과 피아니스트 벤 킴.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3일 듀오 리사이틀에서 인상 깊은 연주를 들려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 과 피아니스트 벤 킴.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벤 킴은 각자 신동에서 예술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 신동에서 더는 성장하지 못한 예술계의 여러 사례를 반추해보면 대중에게 너무 일찍 노출된 이들이 겪었을 성장통과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분명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담겨 있으리라 생각됐다. 대중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 변신은 무난히 이루어졌지만 현재 만들어내는 소리가 무난하지 않다면 그 때문이리라.

2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이들의 듀오 리사이틀이 열렸다. 표제는 ‘고전과 낭만’. 무난한 선택인 듯하지만 중견이든 대가든 이 두 주제에서 환희를 맛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시작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6번. 두 사람의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였다. 과도한 몰입보다는 모차르트가 그려놓은 사뿐하고 가벼운 음표의 유동에 몸을 맡겼다. 특히 벤 킴의 피아노가 돋보였다. 과도한 페달링을 자제하고 전면에 드러날 땐 과감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바이올린의 음형 뒤로 홀연히 사라졌다. 작품 전체의 흐름을 대관(大觀)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이날의 가장 인상 깊은 연주였다. 클라라 주미 강이 펼쳐내는 첫 C음부터 마치 파도가 들이치는 것처럼 아득했다가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앙 페라스가 짧고 강렬한 비브라토로 마치 불꽃같은 슈만 상을 그려냈다면 주미 강의 운궁은 물결치며 미묘한 파동을 계속 만들어내었다. 불안한 분위기와 밝은 주제가 반복적으로 대립하는 3악장의 다면적인 해석도 압권이었다. 강렬한 어택으로 급박하게 음표를 내리 끊고도 이어지는 주제를 어떻게 그렇게 노래하듯 다시 연주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2부에서 들려준 베토벤의 로망스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여간해서 그 맛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브람스 3번 소나타는 역시 슈만에서 들려주었던 특유의 인토네이션을 발휘하여 진정 웅숭깊은 울림을 들려주었다. 악기의 특성상 주미 강이 전면에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벤 킴의 사려 깊고 의젓한 피아노가 없었다면 이날의 연주회는 더이상 특별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유자적하게 바이올린을 조력하며 주미 강의 톤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던 벤 킴은 마지막 인사하는 순간까지 자신을 뒤로 숨겼다. 마지막까지 조화와 배려가 어우러진, 진정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노태헌 음악칼럼니스트
#공연 리뷰#주미 강#벤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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