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식당-현관-천당의 어원은… 속세로 퍼진 불교용어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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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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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모르고 쓰는 생활 속 불교용어/방경일 글·김광일 그림
256쪽·1만 원·운주사

“어디 근처에 먹을 만한 식당 없나?”

길거리를 가다가 배가 고프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럼 ‘식당(食堂)’이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이 책은 그 기원을 초기 불교에서 찾는다. 석가모니 부처의 설법을 원형에 가깝게 기록한 초기 불교경전 ‘아함경(阿含經)’이 한자로 번역되면서 식당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붓다가 설법자로 등장하는 부문에 ‘집차식당(集此食堂)’, 즉 ‘이 식당에 모여라’란 글귀가 나오는 것.

불교의 신앙공간인 절은 7가지 요소를 갖춰야 하는데 바로 금당(金堂), 경당(經堂), 승당(僧堂), 종당(鐘堂), 탑(S), 강당(講堂), 식당(食堂)이다. 탑도 예전에는 하나의 독립된 건물인 경우가 많아 당(堂)으로 봤다. 7가지를 갖춘 절은 칠당가람(七堂伽藍)으로도 불렀다. 세월이 흘러 식당은 길거리 음식점을 뜻하게 됐다. 한국의 절에선 ‘공양간’이란 단어가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건물의 입구를 뜻하는 현관(玄關)도 불교의 선종에서 나왔다. 현관은 차원이 다른 두 세계의 경계에 있는 관문이란 뜻이었고, 점차 선종 사찰 건물의 정문을 의미하다가 속세로 퍼져 일반화됐다. 익숙한 단어들의 변천으로 보는 생활사가 흥미롭다.

장로(長老), 천당(天堂) 등 기독교에서 많이 쓰는 단어들이 불교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설명도 이채롭다. 불자들뿐만 아니라 상식 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번뇌’ ‘삼보일배’ ‘윤회’ 등 오늘날 일상화된 불교 용어의 어원도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책의 향기#실용기타#우리가 모르고 쓰는 생활 속 불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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