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88>병입골수(病入骨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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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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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 병 병 入: 들 입 骨: 뼈 골 髓: 골수 수

병의 뿌리가 깊고 중하다는 말로 ‘병입고황(病入膏황)’과 같은 말이다. 어떤 상황이든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땐 어떤 처방도 효험이 없다는 말로 모든 일은 미연에 방지하라는 말이다. 전설적 명의 편작(扁鵲)은 성은 진(秦)이고 이름은 월인(越人)이다. 젊었을 때는 여관의 관리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객사에 머물던 장상군(長桑君)이란 자의 비방약을 먹고 오장을 투시해서 볼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웬만한 질병은 모두 터득했다는 것이다.

편작이 제나라로 갔을 때의 일이다. 환후(桓侯)라는 왕이 편작을 빈객으로 예우했는데, 편작이 그를 보더니 피부에 병이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환후는 자신에게 질병이 없다며 이익이나 탐한다고 비난했다.

닷새가 지나자 편작은 다시 환후를 찾아가 “왕께서는 혈맥에 병이 있습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훨씬 깊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으나 환후는 치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닷새 뒤에 편작이 다시 찾아가 더 심각한 어조로 장과 위 사이에 병이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후는 편작을 그냥 돌려보냈다. 다시 닷새 뒤에 편작이 찾아가 환후를 쳐다보고는 아무런 말 없이 물러나왔다. 이상한 생각이 든 환후가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묻자, 편작은 이렇게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과 고약으로 고칠 수 있고, 혈맥에 있을 때는 쇠침과 돌침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장과 위에 있을 때는 약주(藥酒)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면 사명(司命·인간의 생명을 주관하는 고대 전설 속의 신)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는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던 것입니다(疾之居주理也, 湯(울,위)之所及也;在血脈, 鍼石之所及也, 其在腸胃, 酒(료,요)之所及也;其在骨髓, 雖司命無柰之何. 今在骨髓, 臣是以無請也).”(사기 ‘편작창공열전’)

환후는 편작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자리를 피해 떠난 뒤였다. 환후는 결국 치료도 못해 보고 죽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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