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짓 되는 바캉스 기간엔 강변이나 바닷가 등 어디에서나 책을 펼쳐든 프랑스인들을 볼 수 있다. 프랑스 Europe1 홈페이지
파리지앵에게 여름 바캉스는 책과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다.
대다수 유럽인의 바캉스는 한국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여유롭다. 꼭 돈이 많아서 긴 바캉스를 가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 여름 바캉스는 1년을 마무리하고 지친 심신을 쉬게 하면서 새로운 1년을 위해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참 부럽다.
그런데 바닷가나 리조트, 야영지 등 어디에서 누구와 바캉스를 보내든 빠지지 않는 게 책이다. 유력 정치인이나 저명인사들은 바캉스 기간에 읽을 책들을 자신의 홈페이지나 소속당의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기관 IFOP가 ‘프랑스인과 바캉스 기간의 독서’라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인은 1년에 평균 책 11권을 읽는데 이 중 3권을 한 달 남짓 되는 바캉스 기간에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소는 정원 침대 바닷가 수영장 등 다양하다. 센 강변에서 선탠을 하며 책을 읽는 파리지앵을 발견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바캉스 기간에 하루 책을 읽는 시간은 평균 2시간 14분이었다. 1년 중 나머지 기간은 평균 1시간 49분. 독서 시간이 늘어나는 대신 TV나 인터넷을 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TV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에서 바캉스 기간엔 3시간으로, 인터넷 이용시간은 3시간 41분에서 2시간 39분으로 준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한 해 12권, 남자는 10권이었다. 젊은이들이 책을 덜 읽는 것은 한국과 비슷했다. 청년층(18∼24세)은 10권에 못 미쳤고, 퇴직자들은 14권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추리소설(17%). 스릴러와 연애소설(각 10%) 역사물(8%)이 뒤를 이었다. 프랑스인들은 만화책도 좋아한다. 매년 평균 3권의 만화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화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층은 청년층으로 1년에 6권이었다.
프랑스인은 어떻게 책을 고를까. 친구와 가족의 추천이 5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언론과 문학 비평의 영향력은 37%였다. 2명 중 1명은 인터넷에서 책을 구입했다. 바캉스 기간 프랑스인이 책을 사는 데 쓴 돈은 평균 32유로(약 4만5000원)였다.
유럽에서 유독 전자책에 대한 호응도가 낮은 나라가 프랑스다. 전자책을 경험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지난해 팔린 책 2권 중 1권이 전자책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전자책의 매출액은 전체의 12%에 이르지만 프랑스는 1.5%에 불과하다. 그래도 요즘 파리의 지하철을 타보면 전자책 리더기를 들고 있는 사람을 간간이 볼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