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익준 ‘똥파리’는 31번째 인터뷰책, ‘닥치고…’는 맘껏 떠들게 해 잘나와

■ 인터뷰 전문작가 지승호씨 인터뷰해 보니…

인터뷰 전문작가 지승호 씨가 지금까지 낸 인터뷰집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와 김어준 씨가 인터뷰 작업에 자극을 줬다고 했다. 보통 책의 인세는 인터뷰이와 5 대 5로 나눈다고 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닥치고 정치’를 김어준 씨가 직접 쓴 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인터뷰 전문작가 지승호 씨(46)가 묻고 김 씨가 답한 인터뷰집이다. 지 씨는 2000년 신문과 잡지 등의 인터뷰 전문 기고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10년 넘게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장하준 박원순 공지영 박노자 유시민 신성일 신해철 씨 등 인터뷰이의 면면도 화려하다. 최근엔 영화 ‘똥파리’를 연출한 양익준 감독의 인터뷰집 ‘Let’s Cinema Party? 똥파리!’를 냈다. 그의 31번째 인터뷰집이다. 2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그와의 인터뷰를 ‘닥치고 정치’ 식으로 소개한다. 실제 인터뷰는 예의 바르게 진행됐다.

―왜 ‘잘난’ 사람들이 당신하고만 인터뷰를 하는 건데?

“자기들의 얘기를 충실하게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난 인터뷰이의 말투까지 그대로 살리거든. 호감을 가지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진행해. 그건 거짓이 아냐. 길게 인터뷰하니까 ‘악마의 편집’이 될 가능성도 없잖아.”

―김어준 씨와의 작업은 어땠어?

“‘닥치고 정치’는 내가 먼저 의뢰했어. 조국 오연호 씨의 ‘진보집권플랜’이 재미가 없다, 당신이랑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더 재밌겠다 말했지. 난 평소 무척 조용한 편인데 김어준 씨만 만나면 발랄해져. 그가 마음껏 떠들게 했지. 그래서 이 책이 잘 나온 것 같아.”

―인터뷰이의 실제 모습들은 어때?

“공지영 작가는 조금 푼수 끼가 있어. 귀여운 동네 누나 같아. 약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확 분노하는 스타일이지. 신성일 선생님도 정말 귀여우셔. 아이처럼 다 이야기하시지. 최근 과거 연애 문제로 이슈가 됐잖아. 나랑 낸 책이 너무 ‘밋밋해’ 안 팔린 줄 알고 큰 것 터뜨리신 거라더군.”

―가장 힘들었던 인터뷰이는 누구지?

“임상수 감독님. 시니컬하시잖아. 아마 임 감독님은 김어준 씨처럼 공격적인 인터뷰어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몰라.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하지만 나는 좀 착한 스타일이라.”

―인터뷰이가 당신에게 한 발언과 행동이 다를 경우 좀 당황스럽지 않아? 예를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신 책에선 정치를 안 할 것처럼 말했던데….

“나도 그땐 안 하실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전후맥락을 아니까 이해가 돼. 상황이나 대의에 따라 생각이나 행동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인터뷰이 성향이 너무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어. 당신, 솔직히 좌파 아냐?

“난 자유주의자이자 인본주의자야. 힘들게 ‘운동’하지 못해. 하지만 부당한 현실을 외면하는 건 지식인이 아니라고 봐.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거지. 엘리트보다는 B급 정서를 가진 문화예술인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보수 인사 중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사회 지도층에 있으면서 지킬 건 지키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해. 내 생각엔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이 그래.”

―인터뷰어 지승호의 목표는 뭐야?

“우선 ‘똥파리’가 잘 팔려야 해. 그래야 몇 달간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으니까. 9월에 이상호 MBC 기자, 11월 철학자 강신주 씨 인터뷰집이 나와. 일단 목표는 인터뷰 책 100권을 내는 거야. 여기서 처음 밝히는 얘기인데 여배우 인터뷰를 하고 싶어. 특히 고현정과 박진희, 소유진 씨가 궁금해.”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