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와인 중의 와인은 장미향 나는 ‘2009’ 빈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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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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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 데 레아’ 와인메이커 미셸 그로 씨

미셸 그로 씨가 자신이 만든 와인 ‘클로 데 레아’를 선보이고 있다. 클로 데 레아는 2010년 영국 와인전문지 ‘디캔터’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수한 와인으로 평가해 화제가 됐다. 서울팔래스호텔 제공
미셸 그로 씨가 자신이 만든 와인 ‘클로 데 레아’를 선보이고 있다. 클로 데 레아는 2010년 영국 와인전문지 ‘디캔터’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수한 와인으로 평가해 화제가 됐다. 서울팔래스호텔 제공
‘넌 아직 어려서 모르는 거다. 순수함의 미학을.’

만화책 ‘신의 물방울’ 9권에서 와인 ‘클로 데 레아’는 순수함의 미학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된다. 이 와인은 상견례 자리에서 혼혈 며느릿감이 탐탁지 않은 시아버지가 “블렌딩된 와인(혼혈 며느리) 말고 순수함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클로 데 레아를 가져오라”고 까탈을 부리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이처럼 클로 데 레아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답게 ‘피노 누아’ 포도 품종으로만 만들어 순수한 맛과 향을 지닌 와인이다.

클로 데 레아의 와인메이커 미셸 그로 씨(56)가 서울팔래스호텔 개관 3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클로 데 레아는 2010년 영국 와인전문지 ‘디캔터’가 세계적인 명품 와인 ‘로마네 콩티’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줘 와인 전문가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는 지난해부터 수입되기 시작했는데 일본에서는 만화에도 등장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이다.

와인 시음회에서 만난 그로 씨는 “젊었을 때는 해가 떠있는 동안 종일 포도밭에 나가 있곤 했다. 지금도 포도를 100% 손으로 수확한 뒤 한 알이라도 다치지 않도록 작은 바스켓으로 정성껏 운반한다”고 말했다. 수수한 양복 차림을 한 그의 손등은 매우 거칠었는데 ‘와인메이커’라는 거창한 표현보다는 작은 포도농장 주인처럼 느껴졌다.

그로 가문은 1804년 알퐁스 그로가 본로마네에 정착해 포도밭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160년간 프랑스 부르고뉴 본로마네 지역에서 6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어왔다. 그로 씨는 1995년 아버지 장 그로가 은퇴하면서 형제들과 밭을 나눠 가지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로 씨는 가장 사랑하는 와인으로 클로 데 레아, 그중에서도 2009년 빈티지를 꼽았다. 그는 “클로 데 레아 2009년 빈티지는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생산한 것 중 가장 완벽한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시음회장에서 직접 마셔본 이 와인은 깊으면서도 새콤한 맛이 났고 독특한 꽃 냄새를 풍겼다.

“클로 데 레아 2009년 빈티지에서는 장미향이 납니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장미향이 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에요. 완벽한 빈티지라는 증거니까요.” 그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2009년은 포도 품질이 좋았던 해이기도 하고, 그로 가문이 클로 데 레아 포도밭을 인수한 지 150주년 되는 해라 그에게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고 했다.

그는 “와인은 만드는 사람의 성격을 닮는다고 한다. 내 와인은 나를 닮아 겉으로는 굉장히 강한 것 같지만 음미하다 보면 부드러운 면이 있다”면서 웃었다. 그는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한국을 두 번째 방문했는데 올 때마다 한국인들이 와인문화에 상당히 열려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품격 있는 자리에서 순수하면서도 부드러운 클로 데 레아를 마셔 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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