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영희교수 강연록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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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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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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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머리가 드문드문 빠졌었는데, 그 자리에 다시 머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원래 제 머리는 직모인데, 난데없이 곱슬머리가 자라는 거예요. 사람들이 파마를 했느냐고 물을 정도입니다. 적응이 안 되어서 그런지 요새 제 머리를 주체할 수가 없어요.”

9일은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였던 장영희 교수(1952∼2009·사진)의 3주기다.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 1급 장애를 얻어 평생 불편한 다리로 살았고, 말년에는 척추암으로 투병했던 그다. 하지만 고인이 세상에 남긴 밝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롱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고인의 3주기를 앞두고 강연록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예담)가 나왔다. 2006년 인터넷 문학사이트 ‘문장’이 마련한 청소년 인문과학 토요특강에서 했던 고인의 강연을 책으로 만들었다. 구어체로 정리돼 있어 고인의 육성이 곁에서 들리는 듯하다.

“저는 학창 시절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이 창경원이었습니다. 소풍 때마다 학교에서는 창경원에 갔는데, 그때마다 저는 소풍을 못 가고 늘 집에 있었습니다. (중략) 사람들은 저를 보며 얼마나 답답할까, 또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없으니 경험이 부족할 거다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기동성 있게 돌아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었고, 그 덕분에 남이 가보지 못한 세계까지 경험할 수 있었어요.”

고인은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를 긍정적으로 극복하라고 말한다. 문학과 독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당장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금방 얻을 수 있겠지만, 내가 살아가는 의미, 내가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며 한평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와 지혜는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강연록에는 주요 저서의 발췌문과 생전 인터뷰도 담았다. 9일 고인이 교수로 재직했던 서강대 이냐시오 성당에서 추모 미사가 열린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출판#장영희#어떻게 사랑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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