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변하지 않는 ‘차이콥스키의 숨결’

  • 동아일보

■ ‘러시아의 전설’ 보로딘 현악4중주단, 4일 아람음악당서 공연

2007년 5월 내한 공연 이후 다시 한국을 찾는 러시아의 보로딘 현악사중주단. 왼쪽부터
이고리 나이딘, 세르게이 로몹스키, 루벤 아하로니안, 블라디미르 발신. 고양문화재단 제공
2007년 5월 내한 공연 이후 다시 한국을 찾는 러시아의 보로딘 현악사중주단. 왼쪽부터 이고리 나이딘, 세르게이 로몹스키, 루벤 아하로니안, 블라디미르 발신. 고양문화재단 제공
67년의 전통을 지닌 ‘러시아의 전설’ 보로딘 현악4중주단이 4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에 선다. 창단 멤버는 이제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지만 2000년대 들어 내놓은 음반들이 호평을 받으며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있다.

보로딘의 비올리스트 이고리 나이딘(43)을 전화로 만났다. 그는 제1 바이올린을 맡은 루벤 아하로니안(65)과 함께 1996년 보로딘에 합류했다. 첼리스트 블라디미르 발신(39)은 2007년 창단 멤버인 발렌틴 베를린스키가 은퇴한 뒤부터, 제2 바이올린의 세르게이 로몹스키(43)는 1975년부터 활동했던 안드레이 아브라멘코프의 뒤를 이어 2011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나이딘은 “보로딘의 멤버였던 베를린스키, 드미트리 셰발린에게서 음악을 배웠다. 다른 현악4중주단에서 활동하다가 보로딘에 들어왔을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로딘 현악4중주단의 시작은 1945년. 모스크바음악원 학생 4명이 모여 만든 ‘모스크바 필하모닉 현악4중주단’을 창단 10년 후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창단 멤버에는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도 있다. 현재 단원도 모두 모스크바음악원 출신이다.

나이딘은 “사람들이 우리를 ‘새로운’ 보로딘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현대적인 러시아 스타일로 연주한다. 그렇다면 보로딘의 유전자(DNA)는 어디에 흐르고 있을까. 기술적인 정확함, 따스한 음색, 엄격하고 깊이 있는 해석, 멤버 간 텔레파시에 가까운 의사소통 방식은 여전히 남아 있는 보로딘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칼럼니스트 이준형 씨는 “오늘날 보로딘의 녹음과 옛 보로딘의 것을 비교해 보면, 거칠게 몰아붙이는 격렬한 다이내믹과 뚜렷한 대조, 중후한 음색이 두드러지는 옛 녹음에 비해 약간 가벼운 색채를 부여하면서 악상과 형식이 바뀔 때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색채, 섬세한 뉘앙스를 강조한다”고 평했다.

이들은 한국 무대에서 차이콥스키 현악4중주 1번과 하이든의 현악4중주 D장조, 베토벤의 ‘대푸가’를 들려준다. 차이콥스키는 이 4중주단의 대표 레퍼토리. 이들이 내놓은 하이든 현악4중주 전곡 음반(오닉스·2011년)은 섬세한 해석, 적절한 템포, 고도의 집중력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나이딘은 “내한 프로그램을 짤 때 드라마틱한 면을 강조했다. 풍성한 감정을 표현하는 차이콥스키부터 베토벤의 현대적인 감수성이 담긴 대푸가까지 다양한 색깔을 선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2만∼7만 원. 1577-776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음악#보로딘#차이콥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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