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읽는 고전]<20>부자인지정성(富者人之情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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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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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 부유할 부 者: 놈 자
人: 사람 인 之: 어조사 지
情: 뜻 정 性: 성품 성

경제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군상(人間群像)의 자연스러운 발로(發露)로서 교육하지 않아도 누구도 터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마천은 돈은 흐르는 물처럼 유통시켜야 된다든지, 시세 변동에 따라서 새처럼 민첩하게 사고판다든지, 돈을 벌 수 있다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진보적인 경제관을 보여주었다. 중농억상의 전통 관념을 타파하려는 관점은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는 길에는 농업이 공업만 못하고, 공업이 상업만 못하며, 비단에 수를 놓는 것이 저잣거리에서 장사하는 것만 못하다는 시각에서 나오는 것이며 당시 말단의 생업인 상업이 가난한 사람이 부를 얻는 최고의 길임을 애써 강조했다.

사마천에 의하면 목장 주인과 과부가 천자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된 것도 바로 이런 부유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지현(烏氏縣)의 나(z)라는 사람이 목축업을 본업으로 하여 큰 부자가 되자, 진시황은 그를 대우하여 봄과 가을마다 제후들과 함께 조회에 들게 했다. 또 파촉에 사는 청(淸)이라는 과부는 그 조상이 단사(丹沙)가 나는 동굴을 발견하여 큰 부자가 되자 가업을 지키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함부로 취급당하지 않았으며 진시황에 의해 누각을 선물받기도 할 정도였다.

부에 대한 사마천의 사고는 ‘부유해지는 데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은 정해진 주인이 없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서는 기왓장 부서지듯 흩어진다. 천금의 부자는 한 도읍의 군주에 맞먹고, 거만금을 가진 부자는 왕자(王者)와 즐거움을 같이 한다. 어찌 이른바 소봉(素封)이라고 할 만한 자들인가? 아닌가?(富無經業, 則貨無常主, 能者輻湊, 不肖者瓦解. 千金之家比一都之君, 巨萬者乃與王者同樂. 豈所謂素封者邪? 非也?·사기 화식열전)’ 같은 문장을 통해 거듭 확인된다.

그러니 당시의 속담에 천금을 가진 부잣집 아들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고 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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