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박애리 씨(35·사진)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단독 무대로 복귀한다. 10일 그를 만났을 때 탁자 위에 놓인 뽀로로 스마트폰 커버가 눈에 들어왔다. ‘10개월 난 딸 예술이를 위한 걸까’ 생각하는 참인데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아, 현준 씨(남편 팝핀현준·33)가 어느 날 ‘누나, 내가 예쁜 걸로 사줄게’ 하더니 자는 틈에 해놨더라고요. 개성과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에요. 현준 씨 여행가방도 뽀로로예요.”
박 씨는 20, 2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박애리, 봄날은 간다’ 공연을 펼친다. 대학원 졸업 기념 무대를 제외하고 첫 단독 무대다. 올해 1월 안호상 국립극장장이 취임한 뒤 처음 내놓는 기획공연이기도 하다. 박 씨는 작곡가 강상구 씨가 만든 감성적 노래 ‘매화향기’ ‘꽃을 피운다’와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쑥대머리’, 가요 ‘봄날은 간다’ 등을 부른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바이올린, 첼로, 신시사이저, 전자기타, 드럼이 그와 호흡을 맞춘다.
“처음엔 박애리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으로 꾸며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제 생각은 달랐어요. 오래 해 온 창극이나 판소리 한 대목으로 엮으면 편하고 쉽지만, 이번엔 청중을 먼저 생각했어요. 아내, 엄마가 되고 보니 저보다는 관객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더라고요.”
그를 ‘누나’라 부르는 남편과 함께 동요 ‘엄마야 누나야’를 재해석해 구음과 파핑(스트리트 댄스의 한 종류로 관절을 튕기듯 춘다)이 어우러진 무대도 선사한다. “전통과 현대의 감성이 만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을 전하고 싶어요. 누구나 아는 ‘엄마야 누나야’의 정서를 파핑이라는 몸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죠. 남편은 ‘누나와 내가 함께 만드는 공연이 국가 브랜드 상품’이라고 늘 주장해요.(웃음)”
박 씨는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평생 공부’라는 판소리를 체화하는 경험을 했다. 심청전 중 심청의 생모 곽씨 부인이 유언하는 대목을 잠시 부르더니 금세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곽씨 부인이 갓 낳은 딸에게 마지막으로 ‘많이 먹어라’라고 하는 애절함이 그대로 와 닿더라고요. 소리꾼이 그 마음을 알고 부르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지요.”
대학을 졸업한 뒤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12년간 쉼 없이 달려가느라 언제 봄이 왔다 갔는지도 몰랐다는 그는 올해만큼은 이 봄을 한껏 누릴 생각이다. “좋은 이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봄과 어울리는 따스한 정담과 음악을 나누고 싶습니다.” 20일 오후 8시, 21일 오후 3, 7시. 2만 원. 02-2280-4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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