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술집에서 데이미언 라이스를 만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2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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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혼자 산낙지 먹고 찜질방까지…왜?
내한공연 가수들 소탈 행보

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 그는 세계적인 유명도에 연연하지 않고 서울 홍익대 앞 술집에서 기타를 둘러멨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 그는 세계적인 유명도에 연연하지 않고 서울 홍익대 앞 술집에서 기타를 둘러멨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올 1월 11일 늦은 밤, 서울 홍익대 앞의 한 맥줏집. 30대 후반의 아일랜드 청년이 기타를 둘러메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좌중이 술렁였다. 술을 마시던 이들은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문자메시지로 ‘쌀 아저씨가 홍대 앞에 떴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이 금세 들이닥쳤다. 몇 곡 뽑던 아일랜드 사나이는 인파가 몰리자 황급히 기타 케이스를 들고 자리를 떴다. 영화 ‘클로저’에 삽입된 곡 ‘블로어스 도터’ 등으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38)였다. 그날 내한공연을 연 그가 뒤풀이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선보인 ‘특별 앙코르’였다.

달아나듯 술집을 빠져나온 라이스는 멀리 가지 않았다. 근처 작은 라이브 클럽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놀란 손님들 앞에서 기타를 꺼내들고는 말했다. “잠깐. 트위터에 제가 여기 있다고 올리지 않기로 약속해요. 그럼 노래 시작할게요.” 그의 ‘라이브 앳 홍대’는 그렇게 펼쳐졌다.

내한하는 해외 뮤지션들도 공연과 리허설, 프로모션에 배당된 시간을 빼면 ‘이방인’이란 본분에 충실해진다. 주로 찾는 곳도 임진각과 서울 이태원, 인사동 등 다른 해외관광객과 비슷하다. 내한 뮤지션들이 팝스타뿐 아니라 밴드와 DJ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나들이 패턴도 다채로워졌다. 소박하고 털털한 체험 여행이 대세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찜질방에 나타나도 놀랄 건 없다. 최근 내한한 스웨덴 록밴드 피지 로스트와 2010년 내한한 힙합 그룹 다스 레이시스트 등이 서울 용산의 찜질방에서 땀을 뺐다.

홍익대 앞 LP바 ‘곱창전골’은 1970, 80년대 한국음악을 LP로 틀어주는 곳인데 낯선 음악 들으며 맥주 한잔 하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 났다. 지난 1월 내한공연 뒤 이곳을 찾은 미국 뮤지션 베이루트는 내한공연을 앞둔 뉴욕의 친구 밴드 페인스 오브 빙 퓨어 앳 하트에게 ‘곱창전골에 꼭 가보라’며 추천까지 했다.

2010년 내한한 뉴욕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의 드러머 크리스 톰슨은 ‘나 홀로 경상도 여행’에 나섰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혼자 산 낙지를 사먹으며 남도의 정취를 만끽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내한공연을 여는 레이디 가가는 어떨까. 2009년 내한 콘서트를 진행한 관계자는 “염려와 달리 성실했다”며 “감기가 심해 링거를 맞고 4시간 동안 리허설한 뒤 공연만 마치고 출국했다”고 전했다. 가가의 이번 내한 세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데이미언라이스#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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