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의 마지막 수는 우상귀의 백 ○. 잘 두어지지 않는 진행이어서, 두 대국자는 모두 컴컴한 동굴에서 어느 길이 활로일지, 더듬거리며 찾아가야 한다. 한 수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어려운 길이다. 서로의 수읽기와 누가 선수를 뽑을지가 중요한 장면이다.
조한승 9단은 23으로 젖히는 수를 택했다. 이 수로는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것이 보통. 그러나 백이 2, 4를 선수하고 6까지 두는 것이 제격이다. 이후 백 8, 10의 모양이 좋고, 12까지 우상귀가 살고 우변도 깨끗하게 정리돼 백은 양쪽을 모두 둔 셈이다. 백 성공.
최철한 9단은 24로 응수한다. 이런 모양에서의 맥점으로 정석이다. 이렇게 된 이상 25부터 28까지는 정해진 수순.
조 9단은 어느 쪽을 이을까 생각하다 29로 잇는다. 중앙 쪽을 두텁게 하면서 백이 끊고 싸울 때를 대비한다. 백의 다음 수로 참고 2도처럼 백 1을 선수하고 3으로 도망갈 수도 있다. 하지만 흑 4, 6이 너무 두터워 백의 실패.
최 9단은 30으로 끊었다. 이제 큰 싸움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31, 33이 조 9단이 준비해 둔 수순. 선수 행사다. 조 9단은 어느 때보다 자신 있는 손길로 두어간다. 백의 다음 한 수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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