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일요일 오전 11시. 남자는 빵을 굽고 여자는 작은 불에 프라이팬을 달구며 오믈렛을 만든다. 영화에서 한 번쯤 볼 수 있는 주말 브런치 모습. 오전 6시 반 기상, 등 떠밀려 타는 지하철, 산더미같이 쌓인 업무에 지친 당신이라면 일요일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 도심 속 호텔 레스토랑에 가보자. 과일부터 갖은 야채, 계란 요리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적한 시내를 바라보며 돌아오는 일주일을 구상할 수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는 덤.》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은 주말마다 브런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호텔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차분히 돌아오는 일주일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신라호텔(왼쪽)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브런치 서비스. 각 업체 제공
34층꼭대기에서고즈넉하게
19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34층. 층 전체를 쓰고 있는 ‘테이블34’는 현대식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한국인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무조건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기자는 처음으로 호텔식 브런치를 경험했다.
의자에 앉으면 처음 나오는 것이 크랜베리 주스다. 블루베리, 레몬, 자몽을 섞어 만든 웰컴주스로 보라색 빛에 톡 쏘는 맛이 들어가 식전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는 뷔페 형식이다. 뷔페 테이블에는 딸기, 키위, 레몬, 멜론 등의 과일과 신선야채는 물론이고 오븐에서 갓 구운 듯한 제과류도 많다.
테이블34의 메인 요리는 세 종류다. 특별히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소스는 메뉴 본연의 맛을 충분히 느끼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첫 번째는 메로 구이. 흔히 일식집에서 맛보는 메로 구이는 지나치게 단맛이 날 때가 있다. 하지만 이곳 메로 구이는 레몬버터 소스가 뿌려져 있어 단맛은 물론이고 생선 비린내도 잡아줬다. 두 번째 메인요리는 크림소스 바닷가재. 꽃게 등 갑각류를 갈아 만든 비스크 소스는 해산물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요리는 쇠고기 안심스테이크와 왕새우구이. 브런치부터 배부르게 먹지 않도록 고기와 새우가 크지 않고 적당했다. 이렇게 모든 음식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반. 천천히 강남 일대를 바라보며 먹기에 제격이었다.
분위기도 만족스러웠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갈색 톤인 레스토랑 내부는 일요일 오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가격은 1인당 7만 원. 최고급호텔들의봄맞이브런치
인터컨티넨탈뿐 아니라 신라, 롯데, 워커힐, 하얏트 등 서울시내 주요 호텔들도 브런치를 선보이고 있다. 신라호텔은 ‘콘티넨탈’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제공한다.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어 단골 고객들은 “콘티넨탈 브런치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숨겨진 명소다. 탁 트인 홀과 천장, 벽면을 화이트로 통일해 밝고 화사한 느낌을 살렸다. 가격은 7만 원.
롯데호텔은 책과 함께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문 원서 3000여 권이 구비된 롯데호텔의 ‘살롱 드 떼’ 레스토랑에서는 유럽 귀족들이 즐기는 고급 홍차와 허브차 30여 가지를 비롯해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아기자기한 스타일의 쿠키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3만 원에서 7만 원까지 코스별로 다르다. 하얏트호텔의 ‘파리스 그릴’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의 브런치를 맛볼 수 있다. 유러피안 스타일의 브런치를 선보인다. 특히 이곳은 형형색색의 예쁜 디저트들이 즐비해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신선한 제철 과일 및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 등 15가지 종류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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