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TV프로그램]외갓집 있는 필리핀 산호세로 수학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 EBS 내 친구 외갓집은 산호세(오전 10시 반)=전남 화순군의 천태초등학교는 2009년 다문화 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된 곳이다.

이 학교 학생 가운데 다문화 가정 비율은 30%가 넘는다. 학생 42명 가운데 14명의 어머니가 필리핀 일본 베트남 몽골 출신이다. ‘다문화’라는 말이 학생들에게 어색할 정도다.

2010년 아이들은 필리핀으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했다. 필리핀은 다문화 학생들의 외갓집이 가장 많은 나라다. 2009년부터 기획한 행사지만 여행 비용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신종 플루의 여파로 계속 미뤄져 왔다. 한 독지가가 여행비 일부를 기부하면서 비로소 여행이 가능해졌다.

기창이(10) 엄마의 고향은 필리핀 산호세다. 기창이 엄마와 아빠도 아이들의 수학여행에 동행한다. 기창이 엄마에게는 8년 만에 찾는 고향이다.

“마간당 우마가 포(안녕하세요).”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아이들은 기창이 엄마에게 필리핀 인사말을 간단하게 배우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기창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큰절을 올린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죽기 전에 못 볼 줄 알았던 손자들을 만난 것이 기적 같다며 연방 기창이와 동생들을 어루만진다.

기창이네 친구들은 산호세 초등학교 교사의 집에 머문다. 아이들은 필리핀 친구들과 영어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면서 대화하다 말문이 막히자 함께 배구를 하며 친해진다. 서로 한국과 필리핀의 전통 놀이를 알려주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간다.

필리핀에 다녀와서 아이들은 일기를 썼다. “우리 외갓집은 서울에 있고 기창이 외갓집은 필리핀에 있다.” “우리 외갓집은 일본 히로시마 신야마구치다.” 아이들에게 기창이네 외갓집은 자주 가기엔 조금 먼 다른 동네일 뿐이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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